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에서 한시간 넘게 기차와 자동차를 타고 도착한 폭스바겐 '츠비카우(Zwikau)'공장. 1904년에 지어진 이 공장은 당시 동독의 '국민차'로 불렸던 '트라반트'를 생산했던 자동차공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독일 통일 이후 폭스바겐이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츠비카우 공장을 인수했고, '비틀'과 함께 독일의 국민차로 불리는 '골프'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츠비카우 공장이 이제는 '국민 전기차' 전초기지로 다시 한번 대전환의 역사를 맞이했다. 폭스바겐그룹이 2030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차종의 '전동화'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출시하는 배터리전기차(BEV) 'ID.3'의 생산기지로 이곳을 택했다.
라인하르드 프리스 폭스바겐 생산·물류부문 총괄은 “츠비카우 공장은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는 최초의 공장”이라며 “ID.3는 도로를 달릴 때 뿐 아니라, 공장에서 만들어질 때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첫 번째 차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츠비카우 공장은 '골프'와 '파사트' 등 완성차 이외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등의 차체를 생산한다. 하지만 최근 파사트 생산을 중단했고, 그 자리에 ID.3 전용라인이 들어섰다. 2022년까지 공장 전체 설비의 80~90%를 전기차 전용라인으로 바꾸고 'ID. CROZZ' 등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 결국 2022년이 되면 이 공장에는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게 된다.
지난 11일 찾은 공장에는 ID.3 생산을 앞두고 최종 설비 구축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11월부터 본격적인 대량 양산을 앞두고 작업자들이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작업 동선을 짜거나, 작업자의 발 위치,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첫 전동화 라인이다 보니 직원들이 모여 토론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시험생산 기간이라 하루에 4~5대를 생산하지만, 11월부터는 일평균 800대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전용라인에는 1600대의 생산·조립 로봇을 투입된다. 자동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골프 1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25명이지만, ID.3는 9명이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연간 30만대 생산캐파였던 이 공장은 앞으로 생산대수가 33만대로 3만대나 더 늘어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생산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인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공정이 줄어 인력을 줄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생산 물량을 늘려, 고용을 유지시킨다는 얘기다.
특히 '전동화 전환'을 앞두고 생산 설비만 바꾼 게 아니라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수 십년 동안 내연기관에만 익숙했던 생산근로자와 협력사까지 교육을 실시한다.
나두쉐브스키 츠비카우공장 교육 담당은 “기존 내연기관 생산인력 8000명을 전동화 라인에 배치하게 때문에 재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교육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은 폭스바겐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에게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변화하고 있는 전동화 트렌드에 맞춰 노조도 전환 배치 등에 적극 협력했고, 회사도 향후 10년 동안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협력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교육만이 아니다. 이곳의 부품 등 각종 협력사에게 설비나 물류 전환에 따른 자금과 필요한 기술까지 지원한다.
라인하르드 총괄은 “우리는 이미 2~3년전부터 내부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와도 소통하며 전동화 시대의 변화를 함께 했다”며 “이곳 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다보니, 교육뿐 아니라 자금 지원프로그램도 운영하며 함께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츠비카우에서 생산하는 ID.3(58㎾h급) 가격은 독일 기준 3만유로(한화 약 3946만원)에 맞췄다. 대용량 배터리 탑재와 장거리 주행 성능, 최신의 안전·편의 기능을 장착했음에도 현재 출시된 전기차와 비교해 크게 저렴한 수준이다. '국민 전기차'로 주목되는 이유다.
츠비카우(독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