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경제-업황 어려울수록 '카드 디자인'은 화려해진다?

신한카드 '미니언즈 신한체크', KB국민카드 'KB국민 더 이지', BC카드 '위 베어 베어스' 등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캐릭터가 적용되면서 화려해지고 있다. 몇 년 전 미니멀리즘이 대세를 이루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부가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워 시각적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캐릭터 등이 적용된 화려한 카드 플레이트를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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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신한카드는 올해 초 미니언즈 신한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언즈 캐릭터를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적용한 상품이다. 7월에는 카카오톡 캐릭터를 적용한 카카오페이 신한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이날 기준 각각 37만매, 13만매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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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는 '위 베어 베어스'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 플레이트를 디자인해 경남은행과 MG새마을금고 등에서 출시했고, KB국민카드는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대표작품 중 토끼 디자인을 플레이트에 담았다. 이어 인기 이모티콘 '오버액션 토끼'를 플레이트로 제작한 체크카드 상품도 선보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카드사는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미니멀리즘을 채택했다. 실제 모든 카드사들이 메탈느낌이나 모노톤으로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플레이트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판매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별하는 것이 일부 색상의 차이나 카드에 적혀진 상품명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카드 플레이트가 점차 화려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10년 전 카드 디자인이 다시 돌아왔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2009년 당시 외환카드(현 하나카드)가 선보인 '프리디자인카드'는 플레이트를 본인이 직접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본인 취향에 따라 화려한 이미지 카드를 제작할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카드 플레이트가 화려했던 시기가 있다”면서 “최근 카드사들이 내놓은 플레이트 디자인에서 그 당시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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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트 소재도 다양했다. KB국민카드는 당시 가죽모양을 시각적, 촉각적으로 표현한 악어카드와 타조카드를 선보였다. BC카드는 한지로 플레이트를 제작한 친환경 카드도 내놨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경제·업황 악화에 따른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혜택을 줄이면서 기능적인 면에서 소비자를 유인할 요소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2009년 당시도 2008년 미국 대형 금융회사인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나온 '미니스커트 효과(불황일 때는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 현상)'라는 것이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 시장 자체가 회원경쟁이 심한 시장이다 보니 카드 디자인을 화려하게 바꾸거나 세로로 변경하는 등 소비자 혜택 외에 이들을 유인할 다른 것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지속되거나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윤 연구위원은 “수수료 인하로 예전만큼 혜택이 많은 카드는 만들기 어려워졌다”면서 “부가서비스 차별화가 어렵다 보니 이런 부분으로 카드가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