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은 지난해 8월 내놓은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광복 100주년을 목표로 한 '2045 경제대도약 액션플랜'의 출발점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전략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2026년 경제성장률을 2.0%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이 전망한 1.8%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적 지원을 통해 경기 회복 흐름을 확실히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성장전략 보고회에서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모든 국민이 함께 그 성장의 기대와 과실을 함께 누리는 그런 경제도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며 “특히 반도체 육성 등 정상화 정책은 우리 경제 방점을 한층 강화하고 새로운 도약으로 끌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표상 경제는 회복되는데 취약계층은 더 악화되는 이른바 'K자형 성장'에 우려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성장전략 보고회에서 “우리 경제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지표상으로는 개선되더라도 다수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 고용 구조의 모순을 언급했다.
정부는 성장률 반등의 핵심 동력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제시하고, 분야별 추진 일정과 정책 수단을 구체화했다.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연중 실행계획을 촘촘히 배치해 정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올해 K-반도체 2강 도약, 방산 4대 강국 도약, 바이오산업 육성, 석화 및 철강 등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
대통령 소속 '반도체 산업경쟁력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며,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심의·의결한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부처별로 금융, 재정, 세제, 규제완화 등의 지원에 나선다. 4분기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설계부터 제조, 장비·소재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정리할 예정이다.
분기별로 분야별 전략을 수립하는 일정도 짰다.
우선 올해 1분기에는 제조AI 2030 전략을 수립하고,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술로드맵을 마련한다. 그래핀 활용 제품의 양산과 기술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도 같은 시기에 제시할 계획이다. 제조 현장의 AI 전환과 차세대 소재·부품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3분기에는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물류 AI 대전환 전략을 추진한다. 물류·유통 분야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AI 전환과 녹색전환을 축으로 한 '초혁신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전략적 경제협력을 병행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뉜 후 나온 첫 번째 경제 종합대책이다. 예산 기능이 제외된 만큼 세제지원이 주요 정책도구로 활용됐다.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에서 발생한 생산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미국은 이차전지와 태양광셀 등에 대해, 일본은 전기차와 반도체 등에 대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재경부는 지원 대상과 방식, 효과성·형평성·재정여건, 체리피킹 방지방안 등을 검토해 오는 7월 세제개편안 발표에서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별 세제지원 차등 방안도 7월까지 마련한다. 양극화를 극복하고 지방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세제지원을 검토하는 것이다.
정부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가시화하기 위해 국가전략기술에 차세대전력반도체와 LNG 화물창 기술을 추가한다. 신성장원천기술에는 그래핀 및 특수탄소강 기술이 추가로 확대된다.
위기를 겪고 있는 석화 산업 지원도 세제를 동원한다. 사업재편 계획에 따라 금융채무 상환 등을 위한 자산매각 시 법인세 과세이연 기간을 연장한다. 석화산업과 철강 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을 위해 더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 신성장원천기술 대상도 추가한다. 이차전지 제조공정 염폐수 재활용 기술, 친환경 냉매개발 기술, 디지털 영상분석 기반 철스크랩 판정 기술 등이 포함된다.
다만 세제지원은 간접적인 지원방식이라는 점에서 직접적 재정지원이 언급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재경부는 예산 편성권이 없어 경제성장전략에 구체적인 재정 투입 규모를 명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AI를 국가의 공공 인프라로 끌어올리기 위한 AI 인프라 구축 방안도 구체화했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연내 착공하며 이를 위한 건축 설계와 에너지·건축 인허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피지컬 AI 전략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개발 15대 프로젝트, 자율주행 중심 교통·물류 AI 전환 등을 통해 AI와 현실세계의 결합을 확대한다.
제조AI 2030 전략은 AI가 중소기업까지도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 현장에서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2030년까지의 시계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AI 인재 양성도 본격 추진한다. 지난해 발표한 '전 국민 AI 교육'을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 구직 청년, 군 장병도 맞춤 교육 대상에 포함해 AI를 기본 소양으로 확산시킨다는 접근이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