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교통카드 정산사업자를 상대로 수수료 체계 정상화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간 공익적 서비스라는 명분으로 카드시장에 고착화됐던 역마진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비씨·삼성·신한·KB국민·하나·현대·NH농협카드)는 이동의즐거움에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청구했다. 이동의즐거움이 정산 및 시스템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수령하고 있는 수수료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교통카드 정산사로부터 약 1.5%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산 및 시스템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약 3.0%에 달하는 비용을 교통카드 정산사에 거꾸로 지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결제가 발생할 때마다 카드사가 1.5% 안팎의 손실을 떠안는 '역마진' 구조가 수년째 이어져 왔다.
카드업계는 교통카드 정산 사업자인 이동의즐거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인 방식으로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특히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카드사에는 교통카드에 부여하는 고유번호(Alias) 발급을 중단하는 등 실질적인 압박수단을 행사했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공통된 증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로카모빌리티(이동의즐거움 전신)가 외국계 사모펀드로 넘어간 뒤 매년 협상마다 과도하게 각종 비용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도저히 후불교통카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공동 소송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내린 유권해석은 이번 소송전에서도 카드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정산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가맹점이 아닌 특수 정산 업무 수행자라는 논리로 규제를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가 “교통카드 정산사업자도 여전법상 신용카드가맹점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금융위의 해석에 따라 연 매출 3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정산사들은 여전법상 대형 신용카드가맹점 지위를 갖는다. 여전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보상금(리베이트) 요구' 및 '가맹점 수수료율 차별' 금지 조항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카드업계가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청구한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간의 계약서에 3%라는 정산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더라도 여전법을 위반한 '리베이트'성 비용인 만큼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가려달라는 의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적자를 감수하며 서비스를 유지해 왔으나, 정산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관행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며 “이번 소송은 법적으로 정의된 가맹점 지위에 맞게 수수료 체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동의즐거움 등 정산사 측은 교통 결제 인프라의 구축과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현재의 정산 수수료는 정당한 용역의 대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의즐거움 관계자는 “소송 진행 상황을 살펴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