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4차 산업혁명과 '메디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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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첨단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 구조의 빠른 재편으로 인해 시장에는 절대 강자나 약자도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에서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많은 기업이 세상에 없던 새로움을 갈구한다. 기업마다 세상을 깜짝 놀랄 혁신을 외치지만 사실 뾰족한 해법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행 가능성이 짙은 해결책으로 현실에서 기존 가치를 '융·복합'해 새 가치를 만들어 낸 '메디치 효과'의 새로운 적용을 떠올려본다.

메디치 효과는 15세기에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지원을 받아 예술가, 과학자, 철학자 등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융·복합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메디치 효과가 늘고 있다. 기존 기술과 데이터를 융·복합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산업 간 융·복합으로 산업 경계를 허무는 추세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기존 가치를 영리하게 잘 활용해서 새 가치를 부여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견하는 등 혁신 신시장이 생성되고 있다.

이처럼 융·복합이 지닌 폭발력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재화와 서비스를 플랫폼에 담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온·오프라인연계(O2O) 기업의 가파른 성장에서 확인된다. 모빌리티 공유를 통해 100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우버'와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는 각각 기존 완성차 업체와 숙박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시장 지배자가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음식배달 서비스를 혁신시킨 '배달의 민족' '요기요', 숙박 정보와 서비스를 새로운 플랫폼과 융합시킨 '야놀자' '여기어때' 등이 시장을 이끌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컴그룹도 '플랫폼' 중심 융·복합과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컴 모빌리티'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활용으로 기존 주차 공간 정보를 취합해서 유휴시간에 실시간 예약이 가능한 주차공유 플랫폼을 선보이는 한편 주차난 해소에 나서고 서비스형모빌리티(MaaS) 사업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소방 안전장비에 센서, 통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기능을 더해 기존 제품의 가치를 대폭 높였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트윈을 연동하는 재난안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 한컴오피스에 블록체인을 융합해서 문서 진본 여부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하는 등 융·복합을 통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융·복합을 통한 플랫폼 구현으로 행정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교통, 상수도, 방범, 안전 등 서울시의 모든 빅데이터를 집약해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시민 시장실'이라는 플랫폼을 실제 행정에 적용하고 있다. 시정 효율성이 향상된 결과 해외 많은 도시가 서울시를 세계 스마트시티 리딩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융·복합 외 산업 간 융·복합도 매우 활발하다. 금융, 제조, 정보기술(IT), 의료 등 전통 업종의 울타리가 기반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선 금융 산업의 가시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로보 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신한금융그룹은 인공지능(AI)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AI'를 출범시켰다. 의료 산업도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많은 의료기관이 이미 AI를 통한 진단, IoT 기술을 통한 생체 정보 취합 등 IT 산업과의 적극 융합으로 의료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를 위시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도 전통 자동차 업체 외에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전자·통신·포털 등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들이 뛰어들며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융·복합을 통해 시장의 지각 변동이 활발한 지금이야말로 국내 많은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메디치 효과 개념을 제시한 프란스 요한손은 “효과 높은 융·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배우고, 가설을 뒤집는 등 여러 상황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융·복합을 접목시킨 창의 도전과 AI, IoT 등 최신 기술로 무장한 '신 메디치 효과'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이 경제 분야에서 '21세기 르네상스'의 문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

이상헌 한컴그룹 부회장 sangheon@ha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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