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연구개발을 위한 고가 테스트 장비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고 수시로 대화하고 자문해 기술 자립과 성장을 지원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시스템연구실 연구원들이 최근 위성시스템 개발업체 솔탑을 방문했다. 엔지니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어색하거나 비즈니스로만 얽힌 사이가 아닌 친밀감이 느껴진다.
이들은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전한 뒤 최근 업계 상황과 기술 개발 등 관련 애로사항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이어 나갔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웃음 띤 얼굴은 사라지고 가벼웠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 모두 진지한 모습이다.
솔탑은 ETRI 위성시스템연구실 E-패밀리기업이다. ETRI 내 연구부서가 하나 이상 관련 중소기업을 밀착 지원하는 사업으로 중소·중견기업 가상 연구소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E-패밀리기업은 연구실 R&D 바우처, 기술인력 중·장기 파견, 시험·시제품 제작, 연구 장비 활용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솔탑은 위성시스템연구실과 2014년 1실 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 사업부터 인연을 맺은 뒤 기술 자립과 매출 성장을 이룬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위성운용절차 실행, 원격명령 암호화 등 위성관제시스템 관련 25건 기술을 지원 받았다. 2015년에는 레이더위성 EGSE 5종과 태국 위성수신처리시스템 등 48억원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올렸다.
김민회 솔탑 운영체계1실장은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하다보면 고가 장비 등 여러 가지 벽에 막혀 한계를 느낄 때가 많은데 ETRI 연구원이 내 일처럼 생각하고 나서줘 큰 힘이 된다”면서 “국내외 사업 수주를 위한 제안서 작성, 홍보까지 구체적으로 밀착지원해 주기 때문에 기업 역량이 강화됐고 매출도 이전보다 5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솔탑은 ETRI 지원으로 위성지상국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위성관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해외 기술을 대체하고 있고, 수출이 현실화되면서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위성에 이어 무인기, 해양탐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융·복합 기술도 쌓아갔다.
다만 사업 영역이 확대될수록 ETRI에 도움 손길은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ETRI 위성시스템연구실도 이러한 기업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안정감에 휩싸여 안착하거나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이들이 기술 개발을 발판으로 강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과 소통 강화를 통해 밀착력을 높이고 직원 교육 등 지원 분야도 더욱 넓혀나가기로 했다.
김인준 ETRI 책임연구원은 “E-패밀리 제도를 통해 기술이전과 밀착지원을 펼친 결과 지금은 우리보다 솔탑이 주도하는 구도로 바뀌었을 정도로 기업 역량이 많이 올라온 상태”라면서 “앞으로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수출이 중요한 만큼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기업과 자주 만나야 소통이 이뤄지고 현장이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장비대여나 기술자문 등 기존 진행하던 사업은 더욱 강화하고 신규직원 교육, 기술세미나 등 지원 내용을 확대해 기업이 연구원과 함께 성장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