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I] 폴리텍대, 차세대 기술 인력 양성 우리가 책임진다

차세대 기술 인력 양성을 담당하는 한국폴리텍대학. 이곳에서는 일반 대학교에서 다루지 못했던 최신 트렌드와 신기술을 적용한 직업교육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자, 스마트 팩토리 운영자 등 시대가 원하는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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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 수업 모습. [자료:한국폴리텍대학]

데이터 관리 전문가를 키우는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에서 만난 이승하 교육생. 그는 이화여대 수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학부 전공과의 연관성과 융합 가능성을 보고 융합기술교육원에 지원, SW개발자를 목표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교육생은 “요즘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빅데이터 등 ICT 관련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인 것 같아 지원했다”라고 입학 계기를 밝혔다. 당초 교사가 되기 위해 수학교육과를 선택했으나, SW개발자로 원하는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게 생산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수학교육과 융합해 통계자료를 유의미하게 처리하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육생은 “프로그래밍을 위해 새로운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하는 등 생소한 부분이 많아 교육이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고 있다”라며 “새로운 지식에 몰두 할 수 있는 상황이 행복하고 어떤 분야라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병민 교육생은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학과에서 설비 유지보수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이 교육생은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 기계와 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반도체시스템과를 찾았다.

그는 “과거에는 반도체 분야는 원한다고 (취업을) 지원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최소한 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에서 단기과정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걱정을 덜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교육생은 “반도체공장 클린룸에 들어가기 위해 갖춰야 하는 복장이 두툼해서 덥기도 하고 벗으려면 귀찮아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불편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힘든 기억만은 아니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름이 수많은 선배 기술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누가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반도체 분야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라며 “이곳에서 실전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 스스로 전문지식이 생기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이승하 교육생이 교육을 받고 있는 융합기술교육원과 이병민 교육생이 다니고 있는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학과는 대표적인 차세대 기술 인력 양성소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융합기술교육원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전문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키운다. 이곳은 고학력 미취업자 대상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테크(BT), 응용소프트웨어(SW) 등 미래유망 산업분야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세워졌다. 융합기술교육원은 데이터융합SW, 생명의료시스템, 임베디드시스템 등 하이테크 과정을 운영한다.

융합기술교육원 간판 학과인 데이터융합SW과는 SW 구축·운영, 데이터베이스 설계·품질관리 능력을 갖춘 빅데이터 기반 분석, AI 응용 SW 개발자를 육성한다. 교육생은 수료 후 SW개발, IT운영,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 AI SW 관련 업체에 취업한다. 교육생은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기반 SW프로그래밍 개발 역량, 데이터 활용과 논리적 이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수학적 사고력을 지닌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한다.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학과는 반도체공장 오퍼레이터와 유지보수 기술자를 양성한다. 반도체 특화 학과로 공정과 장비보전, 부품 설계, 레이아웃 설계 등 반도체 산업 전반 현장실무 전문가를 키운다.

이곳은 전국 전문대학 중 유일하게 반도체 제조환경(클린룸 및 실제 반도체 제조장치)을 보유하고 있어 교육생은 졸업 후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하다. 졸업생은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정밀부품업체, 설계업체, 전자재료업체 등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반도체학과의 주력 교육과정인 '반도체 공정장비 유지보수과정'은 유지보수 현장맞춤형 교육을 통해 SK하이닉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협약기업 협력사로 취업이 연계되기도 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협약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장비 운영과 유지보수 능력을 함양한다. 반도체 기초 이론, 반도체 제조·개발, 반도체 전장 조립, 공유압·PLC·시퀀스제어 등 교과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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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 교육생들이 클린룸에서 물리기상증착장비 유지보수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폴리텍대학 4차 산업혁명 맞춰 직업교육 체질 개선 중

정부는 지난 4월 직업능력개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직업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을 중심으로 신기술 직업교육을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폴리텍대학은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따른 신기술 인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직업교육은 그간 산업인력 양성,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혁신성장과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인적 기반 구축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직업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폴리텍대학은 학과 통·폐합으로 직업교육 혁신을 추진 중이다. 폴리텍대학은 신기술 직업교육 비중을 대폭 늘려 취업을 돕고 기업과 시장이 커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뿌리·기간산업 위주의 교육 직종을 8대 핵심 선도사업을 포함한 신기술 분야로 바꿔 나간다. 학과 개편과 신설로 2018년 7%에 불과한 신산업·신기술 분야 학과 비중을 2022년까지 25% 수준으로 늘린다.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개편이다.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및 비전'에 따라 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를 반도체 특화형 캠퍼스로 전환해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실무인력을 양성한다.

반도체 회로 설계와 반도체 시스템을 유지·보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키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외산 장비 의존도가 높은데 뿌리기술 분야의 오랜 직업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비 제조인력도 길러낸다는 목표다.

안성캠퍼스 반도체시스템학과를 개편, 반도체 분야 특화 학과로 전환한다. 기계시스템설계과는 반도체장비설계과로, 기계품질측정과는 반도체품질측정과로, 스마트소프트웨어과는 반도체융합소트프웨어과로, 스마트전자제어과는 반도체공정장비과로, 전기과는 반도체전기시스템과로 개편할 계획이다.

폴리텍대학은 현장과 적합성 확보를 위해 현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캠퍼스 특화 방향을 협의 중이다. 또 교과과정 개발시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현장 요구를 반영하고 반도체 전 공정에 걸친 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러닝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융·복합형 학습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러닝팩토리' 확대 구축에도 주력한다. 러닝팩토리는 칸막이식 학과 운영을 탈피해 융·복합 학습이 가능한 실습지원센터다. 단일 공정 중심에서 벗어나 공정 전 단계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학과 학생이 한 곳에 모여 본인 전공 분야 외 실습과정도 함께 참여하고 전반적인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안목을 넓힌다.

러닝팩토리는 지난해 인천캠퍼스에 처음 문을 열었다. 올해 16개소로 확대된다. 폴리텍대학은 전 캠퍼스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다. 이어 지역 산업 기여도와 내외부 활용도 등을 고려해 구축 대상 캠퍼스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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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신설 개편과 하이테크과정 연계도. [자료:한국폴리텍대학]

고학력 미취업자 대상 신기술 특화과정 '하이테크과정'으로 신기술 직업교육도 강화한다. 하이테크과정은 고학력 청년층을 고급 기술 인력으로 양성하는 신산업·신기술 직종 특화과정이다. 기존 전문기술과정(비학위 직업교육과정)은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수료하는 방식이었다. 하이테크과정은 모듈식 융합 교과를 구성해 고학력자 눈높이에 맞는 차별화된 고급 직업교육이다. 2020년 하이테크과정 목표는 960명인데 실제 목표 인원은 20% 이상 높게 설정했다. 교육과정을 수료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인원을 고려했다.

◆이석행 폴리텍 이사장, “4차 산업혁명 맞춰 직업교육 근본 체질 바꾸겠다”

“폴리텍은 50년 직업교육 역사를 이끈 저력이 있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이석행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추격형 직업교육제도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면서 “미래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선도형 직업능력개발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성큼 다가오면서 산업과 노동환경 변화도 숨 가쁘게 이어진다. 직업교육도 바뀌어야 하고 변화에 맞춰 필요한 과는 생겨나고 찾는 이가 없다면 사라지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학과개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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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자료:한국폴리텍대학]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한 직무역량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학점을 축소하는 대신 복합 문제 해결 능력과 소프트 스킬을 익힐 수 있도록 러닝팩토리를 활용한 융합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과 개편과 함께 하이테크과정 확대로 신산업 분야 고수준 직업교육 기회도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2022년에는 1만5000명의 고학력 미취업 청년을 융합형 기술인재로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과정 전용 교육 기관 융합기술교육원은 2016년 분당에 설립된 이래 높은 취업 성과를 냈다. 이 이사장은 “경기도 광명에 내년 상반기 중 제2융합기술교육원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지역 산업 변화를 반영해 기존 캠퍼스도 일부 기능을 조정하고 지역 거점 신기술 분야 교육 기관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폴리텍대학 학과신설·개편 개요

제2융합기술교육원 직종 및 교육인원

기존 실습장과 러닝팩토리 실습장과의 차이점

[자료:한국폴리텍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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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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