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 혁신이 일고 있는 지금 최고경영자(CEO)가 앉아서 보고만 받는 관례를 깨뜨려야 합니다. CEO인 행장이 직접 나서서 디지털 혁신을 지휘하고, 신기술을 수용하려는 자세에 임해야 합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한다.
2일 캠퍼스 현장에서 만난 이 행장은 '디지털 익스플로러'라는 또 다른 직함으로 농협은행 디지털 혁신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었다. 올해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양범참랑(揚帆斬浪)'을 경영 기치로 내걸었다. 범선이 돛의 추진력을 얻어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의미다.
이 행장은 미래 핵심 사업 육성을 농협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농협은행을 디지털 전문은행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금융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추진을 위해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 다양한 산·학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동국대와 디지털금융 산·학 협력으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으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한다.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동국대 블록체인 전문교육 과정을 비롯해 서울대 빅데이터 분석 과정, 국민대 AI 융합 과정 등을 개설하는 등 임직원들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습득에 매진하고 있다.
이 행장은 “업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리더 양성하기 위해 산·학 협력과 역량 강화를 추진하려 한다”면서 “금융업의 높은 이해와 디지털 신기술 전문성을 융합한 양손잡이형 인재를 양성, 은행의 디지털 신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의 수익성·생산성·건전성 제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 이상 수익을 달성했고, 자본 적정성(BIS비율) 등 경영 비율 대부분을 개선시키는 성과도 창출했다.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 가입자는 최근 400만명을 넘어섰다. 간편송금 이용금액 10조원 돌파, 'NH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실이용 은행권 1위 달성, 오픈API개발 등 이 행장 주도로 디지털 전문은행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 4월에는 양재동에 디지털 허브인 NH디지털혁신캠퍼스 개소로 디지털금융 허브를 만들었다.
이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 매출 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면서 “수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초연결해서 나갈지가 농협의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