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를 벨기에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따른 대응으로 수입 노선이 추가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후 일본에서 수입해 온 EUV PR 일부를 벨기에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 EUV PR는 A사가 일본에서 생산, 공급한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7월 이후 이 일본산 EUV PR와 동일한 제품을 벨기에 B사에서 수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벨기에에 위치한 B사에서 품질이 같은 EUV PR를 공수할 수 있었던 것은 B사가 A사가 만든 합작사기 때문이다. A사는 지난 2015년 반도체 전문 연구소와 함께 B사를 설립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규제 시행 이후 제품 공급처가 일본에서 벨기에로 이전됐다”면서 “쉽게 말해서 같은 EUV PR가 벨기에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사용 중인 EUV PR는 A사를 포함한 일본 3개 회사 제품이다. 이 가운데 2개 회사 소재는 7나노(㎚) 로직 디바이스를 제조하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D램 연구용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D램에 EUV를 적용하지 않아 현재 제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EUV PR는 7㎚ 로직 디바이스용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으로 여파가 우려된 것은 7㎚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EUV PR의 수급이었지만 삼성은 일단 A사와의 사전 공조를 통해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벨기에가 일본 소재 수출 제한의 우회로 및 대처 방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 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파악된 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일본에선 수출 승인이 한 건도 없었음에도 삼성전자는 이미 벨기에에서 EUV PR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사 외 7㎚ 로직 디바이스에 사용되는 또 다른 일본 회사 C사의 EUV PR는 현재 일본 내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 소재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출 승인이 불확실하고, 벨기에가 대체 공급선으로 떠올라 C사 EUV PR를 벨기에 제품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산 EUV PR 한국 수출은 이달 들어 간간이 승인됐다. 지난 7일과 19일이다.
일본 정부가 다른 소재는 제외하고 EUV PR만 두 차례 승인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러나 벨기에를 통한 EUV PR 공급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일본 소재 회사들이 정부 승인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도 벨기에에서 EUV PR를 공급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일본에서 벨기에로 전환한 삼성전자와 달리 일본 수출 규제와 무관하게 이전부터 벨기에와 거래해 왔다.
SK하이닉스는 EUV 양산 전이고, 벨기에에 거래처를 두고 있어 일본의 EUV PR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삼성전자보다는 영향이 덜하다는 평가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