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일본 수출규제 상황이 악화될 시 비메모리반도체, 친환경 자동차 등 미래 산업 발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22일 진단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상황이 악화해 소재·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경우 관세 인상과 같은 가격규제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소재, 특수목적용 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이 일본 수출규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는 일본산 수입비중이 34.6%였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32.0%), 수치제어식 수평선반(63.5%), 산업용 로봇(58.6%), 머시닝 센터(47.8%) 등도 비중이 컸다.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는 일본산이 82.8%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은은 이외 미·중 무역분쟁 심화도 대외 여건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수출을 견인하던 반도체가 타격을 입은 수출 실적은 올해 내내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7.7%에서 올해 1분기(-8.5%)부터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 7월에는 〃11.0%로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수입 수요가 더욱 둔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감소폭이 확대된 데다 불확실성 증대로 글로벌 교역 및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신 자동차와 선박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동안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선박도 1분기 24.9% 감소에서 2분기 34.0% 증가로 전환했다.
설비투자는 수출 부진으로 2분기 이후 둔화됐다. 특히 정보기술(IT) 부문이 반도체 경기 회복이 늦춰지면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용장비 수입액은 상반기 중 52.4%나 감소했다.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비IT 부문도 유지·보수 중심의 투자에만 머물렀다.
한은 관계자는 “생산설비 과잉으로 당분간 조선업 신규투자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석유화학, 철강은 전방산업 부진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투자 여건이 우호적이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한 데 따라 소재·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긍적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영국으로의 수출 비중(1.1%)을 고려할 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