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 성장 확산·가속화를 위해 정책을 재정비하고 내년에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전략투자' 분야에 추가하고, 5G·시스템반도체·인공지능(AI) 등 6대 신산업에 올해보다 45% 많은 4조71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5G 예산은 올해보다 각각 229%, 86% 늘린다.
정부는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출입은행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 및 이와 관련한 '2020 전략투자 방향'을 확정했다. 본지 7월 12일자 2면 참조
정부는 기존 혁신성장 정책으로 일부 성과를 냈지만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혁신을 선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전략을 기반으로 혁신성장을 전방위 확산하고, 성과 창출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데이터·AI·수소경제+혁신인재'로 구성된 '3+1 전략투자' 체계를 '데이터·5G·AI+수소경제'로 개편했다. 업계 의견을 반영해 5G를 추가하고, 혁신인재는 '혁신기반' 분야로 조정했다.
5G 등 6대 신산업에 내년에는 올해보다 1조4600억원(45%) 많은 4조7100억원을 투입한다. 6대 신산업은 'DNA'(데이터, 네트워크, AI)와 빅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로 구성됐다.
DNA는 산업·사회 혁신을 연쇄 촉발시킬 '코어블록'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데이터·AI에 올해보다 2500억원(31%) 많은 1조600억원을 투입한다. 5G(네트워크)에는 3000억원(86%) 늘어난 6500억원이 투입된다. 5G 드론 개발·실증, 디지털트윈 구축 등이 핵심이다.
빅3는 연관 산업 파급 효과가 커서 혁신 가속화를 촉진할 '체인블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에 올해보다 1600억원(229%) 많은 230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총 1조원을 투입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이 눈에 띈다.
바이오헬스에는 1조2800억원을 투입한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을 지정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미래형 의료기기 시장 선점을 위해 범부처 연구개발(R&D)을 대규모로 추진한다. 미래차에는 1조4900억원을 투입한다. 수소차용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기술 개발 등이 핵심이다.
홍 부총리는 “이달 중 주요과제를 2020년 예산안에 반영해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기반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5년 동안 혁신인재를 20만명 이상 육성한다. AI 대학원은 현재 3개에서 내년에 8개로 늘린다. 기존 35개인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은 오는 하반기에 5개를 추가 지정한다. 시스템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융합 대학원 과정을 내년에 신설한다. 규제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스마트시티형 규제 샌드박스를 신규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가 혁신성장 정책 업그레이드에 나섰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전면 재정비'라고 보기엔 개편 규모가 크지 않고, 예산 확대 외엔 마땅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엔 대책이 미약하고, 'AI 국가전략' 등 향후 발표될 후속 대책은 실효성이 관건으로 평가된다.
홍 부총리는 “후속 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해 경제 체질 강화와 성장 동력 확충, 나아가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이뤄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확정하고 고효율 가전 구입 소비자에게 20만원 한도에서 구매가의 10%를 할인해 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 지원 제도'를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정식 도입에 앞서 올해 정부·한국전력공사가 공동 마련한 재원 300억원을 투입, 시범 운영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