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전국 사업장을 점검하는 현장경영에 착수했다. 첫 현장경영 장소로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온양사업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향후 주요 사업장을 지속 점검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과 검사 등을 담당하는 온양과 천안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날 방문에는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함께했다.
이 부회장이 첫 현장경영지로 택한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반도체 패키지 개발과 생산, 테스트, 제품 출하 등 후공정을 맡고 있다. 특히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패널레벨패키지(PLP) 등 미래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온양사업장 사내 임직원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DS부문 주요 사업군별 개발실장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사장단은 패키징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차세대 패키지 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온양과 천안 사업장을 찾은 것은 반도체 밸류 체인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 과정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차세대 패키징 기술은 전장용 반도체와 5세대(5G) 통신모듈에 활용되는 등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분야다.
반도체 사업은 회로 설계와 공정 미세화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검사와 패키징 과정까지 완벽해야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전날인 5일 삼성전자 사장단을 소집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한 영향 △향후 대응 계획 △미래를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세 가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전국 사업장 순회 현장경영도 이어 간다. 이날 온양사업장을 시작으로 평택사업장, 기흥사업장, 아산 탕정사업장 등을 순차 방문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다. 현장경영을 통해 전자 부문의 '밸류 체인' 전 과정을 점검하고 위기 상황에 밀착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업의 가장 끝단에 있는 현장까지 직접 방문하는 것은 위기 상황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밀착 경영의 일환”이라면서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룹 총수로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