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된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계기로 그간 엄격한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 월)'로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계열사 간 서비스 결합이 가능해졌다. 주요 증권사뿐만 아니라 각 지주회사에서도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규 서비스를 본격 모색하기 시작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차이니즈 월 규제 개선에 따른 신규 서비스 제공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밝힌 금융투자업 영업행위 규제 개선 방안에 따라 기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적용되던 차이니즈 월 규제가 대폭 완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신한금융투자가 금융위로부터 계열회사 등에 금융투자상품 매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규제 특례를 얻게 되면서 각 증권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제도 개선을 예고한데 이어 실제 특례 적용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계열사 간 정보 교류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신한금융투자와는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 샌드박스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서 금융투자업계에 적용되던 '업무 단위' 차이니즈 월을 '정보 단위' 규제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보의 종류를 전통적 증권업과 관련하여 생산되는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재산 관리·운영 과정에서 생산되는 '고객자산 운용정보'로 구분하고 필수원칙을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금융회사가 자체 수립하도록 했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가 신한카드 등 계열회사에 금융투자상품 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특례를 인정받는 구체적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증권사의 사업 모델 수립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미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는 소비자의 결제 정보 등과 금융투자상품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도 개선 이전부터 검토해왔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신한금융투자가 카드사와 연계한 해외주식구매와 추천이라는 모델을 선점한 만큼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드 소비 정보와 연계한 자산관리(WM) 서비스부터 은행·증권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검토되고 있다.
카드사를 보유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일수록 더 적극적이다. 소비자의 소비 성향에 따른 결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록 고객을 자산관리 시장 등으로 유도하는 것이 손쉬워지기 때문이다. 카드사 뿐만 아니라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방식으로 증권사와 연계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사업 모델 수립 외에도 차이니즈 월 규제 완화에 따른 새로운 내부통제 환경을 수립하는데도 한창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금융위와 금감원, 각 증권사 법무·기획·내부통제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본원칙이 아닌 나머지 세부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금융위 역시도 신한금융 사례처럼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계열사 간 정보 교류를 적극 장려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의 테스트 사례를 통해 차이니즈 월 규제 완화에 따른 변화를 먼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미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증권사가 새로운 영업 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