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데이터 경제의 초석, 데이터 생태계를 그리다

Photo Image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대형 관측망원경은 주당 140테라바이트(TB) 정보를 생산한다. 실험실에서 시시각각 얻어지는 작은 데이터가 모여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는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 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거대과학에 대한 도전은 오늘날 연구결과와 실험과정을 개방, 공유하면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현상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 및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더 많은 곳에서, 더 빠른 속도로 촉발된다.

이제 데이터는 '데이터총생산(GDP:Gross Data Product)'이 새로운 경제지표로 제안될 정도로 과학기술·경제·산업 등 전 분야 주요 생산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도 올해 1월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주목해 '데이터경제 활성화 정책' 및 '데이터·AI경제 활성화 계획'을 수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데이터 경제를 언급하는 등 국가 혁신성장의 미래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경제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경제'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경제란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생산, 인프라 제공, 연구조사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구성원으로 이뤄진 생태계를 의미한다. 즉 데이터 경제 핵심은 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있으며 생태계를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와 혁신이 활성화되면 본질적으로 지식기반 사업 부문의 새로운 기회를 증대시켜 국가혁신 성장으로 연결된다.

데이터 경제로 이행을 위해 데이터 기반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체계적, 선결적 대응이 필수다. 이를 위해 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공유, 활용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고(Findable), 접근 가능하며(Accessible), 상호 운용 가능하고(Interoperable), 재사용(Reusable)이 가능한 'FAIR' 기반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 공유, 활용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는 데이터 수집, 표준화, 저장 및 대국민 서비스를 포함한 정보 인프라 구축과 운영이 포함된다.

더불어 데이터 기반 연구를 지원하는 ICT 기반 첨단연구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 기반 연구는 데이터와 슈퍼컴퓨팅을 결합해 빠른 시간 내 가상 실험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단 하나 성공 케이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마블의 어벤져스에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임스톤으로 1400만605가지 미래 중 성공하는 하나의 미래를 찾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데이터와 슈퍼컴퓨팅이 융합된 환경이야말로 현실 세계의 타임스톤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SW)적 역량으로서 지능형 분석 체제를 제공해 축적 데이터 처리·분석 역량이 부족한 연구개발(R&D) 주체나 관련 의사결정 주체로 하여금 미래를 대비토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역량이 미비한 지역의 R&D 혁신에 대한 지능형 분석 지원이나 국가 차원 R&D 투자 혁신에 대한 지능형 분석 지원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세 가지 역할과 수행에 따르는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은 데이터가 수집, 컴퓨팅, 분석돼 상호 연계되는 환경을 만들고 연구 주체 간 협업하는 연결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아야 보배'라는 말처럼 연결 가치를 통해 데이터가 신산업을 창출하는 국가 혁신 성장의 보배로 완성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데이터 경제를 위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핵심 역할을 기관의 역할과 책임(R&R)으로 설정했다. 과학기술정보 분야 대표기관으로서 기관 비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한 데이터 생태계 중심 기관'으로 수립하며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를 향한 우리 정부의 대응도 최근 이슈가 되는 규제 혁신을 비롯해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갔던 전례에 비춰, 우리가 꿈꾸는 데이터 경제로의 출발은 이제부터가 더 중요한 노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hychoi@kisti.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