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속성장을 위한 '좋은 기업' 가치를 강조했다. 최근 불매운동에 대한 여파로 불붙은 반(反)롯데 정서를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통해 이겨내자는 메시지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닷새간 VCM(옛 사장단회의)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계열사 대표들에게 최근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이에 따른 다양한 리스크를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받게 된다”면서, “고객·임직원·협력업체·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단순히 대형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 눈앞의 이익보단 사회적 책임에 더 집중해야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특히 신 회장은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장전략 일환으로 '공감(共感)'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인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어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영 투명성 확보를 기치에 내건 뉴롯데 행보의 연장선상이다. 일본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해온 만큼, 이제는 동반성장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 신 회장은 “최근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내에 부진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투자 시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도 반드시 고려돼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권한 이양을 통해 기동력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우수한 젊은 인재 확보 및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하반기 VCM을 마무리했다. 신 회장 주재로 계열사별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이를 다같이 논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Internal IR'이라는 부제 아래, 참석자가 투자자 관점에서 각 사의 발표를 듣고 가상 투자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대표이사, BU장, 그리고 금융사를 포함한 58개사의 대표이사 및 임원 약 140여명이 참석해 지난 나흘간 VCM을 리뷰 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상 투자 결과는 롯데칠성음료·홈쇼핑·면세점·케미칼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끝으로 신 회장은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하고 “각 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남은 하반기에도 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