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IT 시장 삼키는··· 구글 '미래 주역' 구글에 길들여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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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G 스위트 포 에듀케이션

구글이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서 초·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국내 학교 정보기술(IT)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업계는 고가의 서비스 요금을 요구하는 데다 협업 기능도 부족, 현장의 교수·교사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 구글의 각종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는 수준을 넘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가 이달부터 구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서비스 '지 스위트(G Suite)'를 기반으로 학교 메일에 '지메일'을 연동했다. 한양대는 연말부터 도입한다. 이에 앞서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숙명여대, 국민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 상당수가 지 스위트로 학교 메일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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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스위트는 지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문서 도구, 채팅 등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해 온라인 공동 문서 작성 등 협업을 지원한다. 교육용 지 스위트에 가입하면 구글 클래스룸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은 교육용 지 스위트를 학교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학은 무료로 무제한 용량의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지 스위트를 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학교 계정을 유지하면서 지메일을 연동한다.

종전까지 대학은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서버·스토리지 비용 부담 때문에 아이디 당 3GB 안팎의 적은 용량만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교육용 지 스위트를 연동하면 무제한 용량의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다. 유지보수 비용 부담도 낮아진다. 대부분 대학은 지 스위트를 무료로 이용하고, 연동하는 데 필요한 개발비만 낸다. 연간 수백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국내 인터넷업계는 대학에 메일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매년 수십억원이 필요하다는 견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클래스룸을 사용하는 초·중등학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협업이 가능하고 아이디 관리가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교사에게 아이디 발급, 비밀번호 수정 권한이 지원된다. 소외되는 학생 없이 어떤 사이트든 접속해서 수업할 수 있다. 학생이 협업으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구글이 국내 학교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국내 인터넷업계는 미적지근하게 대응하고 있어 미래 IT 시장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 구글 SW에 익숙해지면 국내 SW나 인터넷서비스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학습관리시스템(LMS) 시장은 이미 구글과 호환되는 프로그램이 대세로 떠올랐다.

이호건 청주대 교수는 “구글이 지원하는 '코스 키트'를 사용하면 지 스위트 접속을 통해 나오는 데이터를 대학이 활용할 수 있어 LMS 시장까지 구글이 장악하는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구글 서비스는 다른 문서 SW와의 호환이 쉽지 않아 학생들이 자연스레 구글에만 익숙해져 가고 있다”면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국내 교육용 SW·서비스 개발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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