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글의 학교 시스템 장악 대비를

구글이 국내 학교 정보기술(IT) 시스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 '지 스위트'를 기반으로 학교 메일 시스템 연동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은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물론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망라한다.

지 스위트는 지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문서 도구, 채팅 등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한 온라인 공동 문서 작성 등 협업을 지원한다. 이 시스템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교육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용 지 스위트에 가입하면 구글 클래스룸도 사용할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무료로 무제한 용량의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 구글 시스템의 장점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전까지 대학은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서버와 스토리지 비용 부담 때문에 적은 용량의 이메일 시스템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육용 지 스위트를 연동하면 'ac.kr' 학교 계정을 유지하면서 무제한 용량의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다. 유지보수 비용 부담도 낮아진다고 한다. 대부분 대학은 지 스위트를 무료로 이용하고, 연동하는 데 필요한 개발비만 낸다.

이런 상황은 국내 인터넷 업계가 자기 무덤을 판 것과 다르지 않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대학에 메일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매년 수십억원이 필요하다는 견적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글로벌 업체 공습은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국내 IT 시장 잠식에 대한 단기적 우려를 넘어 국내 SW와 인터넷서비스 산업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는 수준까지 번질 수 있다.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 구글 SW에 익숙해지면 시스템을 바꾸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에듀테크 산업을 활용한 교육용 SW 및 서비스 개발과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업계와 정부가 공동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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