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비트코인이 폭락해도 RWA는 계속 확장 중

작년 10월 이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폭락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은 극히 혼란스럽지만, 이들을 활용하는 시장은 꾸준히 규모를 늘려가는 추세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블록체인상에서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RWA다.

2023년 초 12억달러였던 시장 규모(스테이블코인 제외)가 올해 2월 초 현재 410억달러로 3년간 34배 늘어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기 직전인 작년 9월 말(300억달러)과 비교하더라도 현재까지 4개월 만에 36.7%(연 환산 110%)의 급성장세다.

왜 이렇게 빠른 성장세인가. 전문가들은 첫째, 블록체인 기술혁신으로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된 점을 꼽는다. 전통 금융에서는 자산의 발행·이전·정산 과정마다 다수의 중개·시스템이 필요하지만, 블록체인상에선 모든 과정이 동일한 원장에서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최근 자산의 정산 주기는 전통 금융에서 2~3일 걸리던 것이 블록체인상에선 수 분 또는 수 초 이내로 줄어들고 있다.

둘째, 파격적인 비용 절감이다. 블록체인상의 토큰화는 거래 수수료뿐만 아니라, 담보 관리나 회계 같은 후선 비용도 대폭 줄인다. 막대한 인건비와 시간이 소요되던 데이터 확인 및 대조 과정을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커서,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일수록 RWA시장 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셋째, 자산의 활용도 제고도 RWA 급성장 요인 중 하나다. 자산을 토큰화하면 소수점 단위의 분할뿐 아니라 반복 사용도 가능해서, 거래 빈도와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디파이(DeFi) 프로토콜에서 토큰화 자산을 담보물로 채택하면서, 금융기관들은 자산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론 어떤 시장들이 있나. 우선 RWA의 65%를 차지하는 국채 및 국채 기반 머니마켓펀드(MMF)의 토큰화 시장을 들 수 있다. 지난 3년간(2023~2025년) 연평균 3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이유는 유동성이 높고, 법적 규제 기반도 명확해서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가 대부분으로 블랙록, 템플턴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외에 최근엔 JP모건, HSBC 등 유수 투자은행(IB) 참여도 빨라지고 있다. 블랙록의 비들(23억달러)과 템플턴의 벤지(8억달러)가 대표 상품이다.

또 다른 시장으론 사모사채, 원자재,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의 토큰화 시장이 있다. 사모사채(20%), 원자재(12%), 부동산(2%)의 순으로 RWA 전체의 3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장 속도가 느린 이유는 자산 성격상 유동성이 부족한 데다, 법·제도 정비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특히 가치평가와 공시가 표준화돼 있지 않고, 토큰화 권리나 수탁·파산 격리 등의 법·제도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 기관으론 사모사채의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원자재의 팩소스, 부동산의 리얼티 등을 꼽는다.

2030년까지 전망은 어떨까. 전망치를 보면 세계 주요국의 법·제도 정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인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다. 보스톤 컨설팅의 가장 공격적인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16조달러의 시장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410억달러 대비 무려 390배, 연간 228%의 초특급 성장세다. 씨티은행의 가장 보수적 시나리오(5000억달러)로 봐도 12배, 연간 65%. 금융시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성장 전망이다.

그럼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RWA시장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디지털자산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가. 한마디로 실물자산이 블록체인상에서 토큰화될 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핵심 인프라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채권·부동산의 토큰화 때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담보 수단으로 활용한다든지, 블랙록의 비들처럼 다양한 기관들이 자산을 토큰화할 때 이더리움이라는 하나의 표준 네트워크(ERC-20)를 쓰는 것이다.

결국 이런 관점에서 보면 블록체인상으로 유입되는 RWA의 확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디지털자산의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궤를 같이하며, 선순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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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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