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까지 한 고비 남았다. 공익 위원이 '인상률 한 자릿수 이내'라고 가이드라인을 준만큼 8500~9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노사는 막판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 제12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재개했다. 최임위가 잡아놓은 마지막 전원회의 일정이다.
이날 전원회의는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시작했다. 그나마도 근로자 위원은 9명 중 5명만 회의에 참석했다. 근로자 위원은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인상률 구간을 한 자릿수로 제시한 것을 두고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일단 개회 시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총 27명 중 23명이 참석한 채 회의가 진행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먼 길을 왔다. 일정이 얼마 안 남았다”며 “주어진 기간 논의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도록 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는 전날 1차 수정안을 냈지만 9570원(14.6%)과 8185원(-2.0%)으로 여전이 입장 차가 커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근로자 위원은 최초 요구안(19.8% 인상한 1만원)에 비해 430원 하향 조정했고, 사용자 위원은 최초 요구안(-4.2% 인하한 8000원)에 비해 185원 상향 조정했다.
노사 양측의 주장이 반복되는 가운데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자 박 위원장이 노사 모두에 한 자릿수 인상률을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1~9%로 계산해보면 박 위원장이 주문한 내년 최저임금 권고 범위는 8433~9102원이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도 노사 간극은 여전했다. 사용자 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는 “최저임금 결정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며 “어려운 경제 현실과 지난 2년간 너무 올랐던 최저임금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헤아려 주셔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지표를 중심으로 해서 국민들이 이제는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로자 위원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성경 사무총장은 “사용자 위원, 근로자 위원, 공익 위원을 떠나서 최저임금 위원으로써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와 지급해야 하는 사용자가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시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노사 합의보다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금액이 표결을 거쳐 최종 결정되는 수순으로 넘어간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은 앞서 여러차례 “11일까지 논의를 종결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어 쉽사리 결론내지 못하는 정체 상황이 계속됐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고시 기한(8월 5일)까지 이의 제기 절차 등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