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13>하워드 슐츠-내게 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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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프라푸치노. 한 잔 가격이 7000원대다.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음료값이 음식 값과 맞먹다니. 회사 앞 백반 집 한 끼도 이보다 싸다. 불황과 경기침체에도 밥, 햄버거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려는 고객은 줄지 않는다. 밥은 굶어도 '스타벅스'를 마시겠다는 고객 덕에 매장이 매년 100개 이상 늘고 있다.

이토록 스타벅스를 사랑하건만, 스타벅스는 고객을 미치도록 사랑하지 않는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비즈니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커피를 서빙하는 사업이 아니라 커피를 서빙하는 사람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커피를 마시는 고객이 아니라 커피를 서빙하는 직원을 가르치고 양성하는 사업에 종사한다는 게다. 제정신인가. 밥보다 비싼 커피를 팔면서 고객이 아닌 직원의 마음을 사는데 쓰는 전략이라니. 뭔 소린지 모르겠다.

고객은 왕이다. 서비스업 영원불멸의 철학이다. 고객을 위한, 고객에 의한, 고객의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일본 서비스 산업은 고객 중심 마케팅 전략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부터 '고객=왕'이라는 구호 아래 직원은 고객을 신처럼 모셨다. 눈높이 서비스를 한다고 허리를 낮추고 무릎을 꿇었다. 고객은 만족했고 높은 충성도를 보여줬다. 한국도 고객 중심 서비스가 먹혔다. 고객은 상전이고 직원을 함부로 해도 문제되지 않았다. 직원 머리채를 잡아끌어도 직원이 해고됐지 고객은 영원했다. '갑질'도 고객의 요구였다.

슐츠의 코드는 직원중심경영이다. 고객에게 매달릴 생각을 버리고 집안 식구 감싸는 방법을 택했다. 슐츠는 “회사의 직원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고객”이라 말한다. 그는 스타벅스 직원을 파트너라 부른다. 대학에 진학하는 직원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의료보험까지 부담한다. 한창 자본이 부족했던 시절에도 파트타임 직원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확장했다. 스톡옵션도 준다. 빈스톡(Bean Stock) 복지라 불린다. 제품을 개발할 때 파트너 의견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난 브랜드가 싸가지 없이 비싼 '프라푸치노'다.

그가 직원에게 집중하는 것은, 행복한 직원이 결국 최접점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와 개인카페 등장으로 판매량이 줄어들고 주가가 반토막 나자 2008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던진 첫마디는 '온워드(Onward·전진)'였다. '전진'이라는 단어를 꺼냈지만, 전략은 묘했다. 슐츠는 2008년 2월 26일 미국 전역 7100개 매장 문을 3시간 닫았다. 한 장의 메모만 남긴 채. “우리는 여러분께 최상의 에스프레소를 선사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굳게 닫힌 매장 안에서 슐츠는 “매장 확대, 성장제일주의 정책으로 스타벅스 정신과 가치가 훼손됐다”며, 파트너에 대한 교육과 복지제도를 역설했다. 자기 성찰을 위한 'Closed'는 적중했다. 슐츠로 인해 직원들은 다시 행복해졌다. 당연히 커피 맛은 좋아졌고, 서비스 질은 향상됐다.

최근 개장한 프리미엄 서비스 스타벅스 '리저브'가 인기다. 고객은 호텔 로비를 방불케 하는 매장에서 방금 내린 커피를 즐긴다. 스타벅스는 이제 단순히 커피만 팔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문화를 파는 곳이 됐다. 사람을 만나는 공간(social hub)으로서 최적화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이곳은 커피를 마실 자유, 시공간을 향유할 자유를 제공한다. 하루 종일 좌석을 점거해도 감시하는 직원이 없다. 스타벅스의 상징이 돼버린 리워드 제도처럼, 그곳에서 누리는 자유는 고객에겐 일상의 '리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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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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