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가 25일 “물가만을 놓고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인정하지만 이를 위해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저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물가를) 조금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제시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로서) 어느 의견을 더 택하겠다고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당장의 저인플레이션을 해결하겠다고 금리를 내릴 경우 금융불균형 누증 확대 등의 부작용이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 저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 총재는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창립기념사 발언 이후 높아진 시장에서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해서는 “미·중 무역분쟁과반도체 경기 등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만한 대외여건 불확실성을 면밀히 점검해야한다”고 밝혔다. 창립기념사에서 '상황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발언이 시장에서 금리인하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을 의식한 듯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낮은 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바람에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2%가 딱 되면 달성했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중기적 시기에서 목표 수준에 근접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자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목표 설정 시 적용 기간을 특정하지 않도록 바꾼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1월부터 5월까지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0.6%에 그치며 지난해 하반기(1.7%)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품물가는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로 0.1% 하락한 데다 서비스 물가는 1.1% 상승하는 데 그치며 지난해 하반기보다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상교육·무상급식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휴대폰 저가요금제 시행 등 정부정책 측면의 물가 하방 압력 요인이 커졌다. 택시 및 시외·고속버스 요금 인상만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약해진 가운데 공급측 요인과 정부정책 측면에서 물가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