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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팹.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사 A 대표는 최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 D램 공장(P1)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축구장 20개 정도 되는 초대형 공장에 직원이 한 명도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근무자가 없냐는 질문에 삼성 관계자는 별도의 장비 조작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방진복을 입고 라인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첨단 설비를 갖춘 반도체 공장이 자동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AI)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 반도체 공장에 AI 접목을 추진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개선하는 최첨단 공장을 지어서 수율 및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에 AI를 구현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대거 포진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고급공정제어(APC) 팀을 꾸려서 공정 과정에서 기계학습(머신러닝)을 구현할 채비를 하고 있다. 기계학습은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하고 예측과 성능을 스스로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뜻한다. 대표적인 AI 기술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는 AI 알고리즘 개발 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판단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SW) 일종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에서 AI 알고리즘 인력을 뽑는 건 이례다. 업계 관계자는 “DS부문에서 AI 알고리즘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면서 “공정에 AI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도 달라지고 있다. 센서가 부착된 장비를 통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추진하고 있으며, 3D 스캐너 등 이전에는 없던 장비를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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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AI를 반도체 공정에 접목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내부에서 소화하려는 삼성전자와 달리 회사 공정을 '오픈소스화'해서 협력사들과의 공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협력사와 데이터를 공유해 장비 결함 원인을 분석하거나 원격으로 장비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 기반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데이터 사이언스와 같은 전문 인력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석사와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영한 교수를 최근 영입한 것이 한 예다. SK하이닉스는 김 교수를 영입하면서 '데이터 리서치' 조직과 함께 산하에 MIDAS 랩을 신설, AI 기반 업무 시스템을 재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데이터에 집중하면서 외산 장비사 중심으로 장비 가동과 관련된 정보를 사고파는 비즈니스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내에 AI 공정 구현은 이제 첫발을 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정 중에 장비가 스스로 이상 징후를 알아내고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개선도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도 줄이는 제조 공정을 지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상진 명지대 교수는 “예전에는 불량품이 나오면 '불량이 발생했다'는 것 정도로 그쳤지만 오류 소지가 많은 공정 원인을 분석하면서 수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지능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