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 창업 강의, 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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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은 창업에 실패해도 취업이 가능하지만 중위권 학교 출신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창업에 실패하면 취업 시장에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사석에서 만난 서울 소재 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무턱대고 창업을 강요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창업의 장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잘하면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가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에 꾸준히 힘써 왔고, 정부는 창업자 육성에 큰돈을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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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대학 내에서 체계화한 창업 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에게 창업 현실을 알리고,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체계를 갖춘 대학은 손에 꼽힐 정도다.

창업 시장에는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많다. 소수의 명문대 출신을 제외하고는 창업 실패 후 취업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위험 부담이 큰 분야인 만큼 대학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창업 강의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장밋빛 미래만 보여 주는 것은 무책임하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는 몇 년째 주기적으로 초기 창업자를 초청해 강의한다. 초기 창업자가 창업 및 사업 과정과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알려주고, 학생은 창업자가 만든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먼저 사용해서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창업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대학은 학생에게 이처럼 창업 도전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검색 기술로 창업에 성공한 이준호 NHN 회장도 최근 강연에서 창업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냉혹한 시장에 학생을 내보내려면 두루뭉술한 무지갯빛 청사진보다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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