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하락 속에도 성장하는 디앱
블록체인 디앱, 경쟁력 높이고 활성화 하려면
올해는 블록체인 대표주자 비트코인 탄생 10주년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는 '일정 주기로 데이터가 담긴 블록을 생성한 후 이전 블록을 체인처럼 연결하는 기술'인 블록체인 기반으로 비트코인을 탄생시켰다. 비트코인 성장과 함께 보안성, 투명성, 탈 중개성, 신속성을 특징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접목되면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요소가 됐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시장을 2025년 세계 GDP의 약 10%로 전망했다. IDC는 블록체인 투자 규모를 2018년 15억달러에서 올해 약 29억달러, 2022년 124억달러로 내다봤다. 블록체인 성장 발판은 상용화이며 이를 받쳐주는 것은 디앱(DApp), 즉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되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다. 지난해 많은 블록체인 관계자가 올해를 블록체인 상용화 원년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 업계 디앱 개발현황을 살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
◇암호화폐 하락에도 성장하는 '디앱'
디앱은 블록체인 기술로 중앙 서버 없이 네트워크에 정보를 분산하여 저장과 구동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2015년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Ethereum) 플랫폼에 스마트 계약(Samrt Contract) 기능이 들어가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져 디앱이 시작됐다. 2017년과 2018년에 크립토키티(CrypoKitties), IDEX, 어거(Augur), 이드랜스(Ethlance), 유포트(uPort) 등 게임, 거래소, 미래예측, 구인·구직시장, 신원관리 등 다양한 앱이 등장했다. 2018년 하반기부터는 이오스(EOS), 트론(TRON) 등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한 디앱이 등장했다.
2018년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관련 프로젝트도 감소했다. 하지만 디앱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DApp Statistics에 따르면 총 2667개 디앱, 일일 활동자는 12만 3800명, 일일 거래규모는 2339만달러, 스마트 계약건은 3990건에 이른다. 해외에서는 금융, 공공 서비스 등 비산업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서 블록체인(Blockchain-As-a-Service)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는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앱 생태계보다 분산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프로토콜이 대다수다.
◇다양화되는 블록체인 디앱 플랫폼
초기에는 디앱이 대부분 이더리움 기반에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이오스와 트론(TRON) 블록체인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스팀(Steem)을 이용하는 디앱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양한 플랫폼을 지양하는 디앱도 등장하고 있다.
디앱이 개발되는 주요 분야는 도박앱이 가장 많고 게임이나 환전, 송금, 결제 순으로 실생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은 많지 않다. 국내 디앱은 이더리움 및 이오스 기반 게임 디앱, 금융권을 위한 솔루션, 의료기반 체인, 유통물류·e커머스 회사도 토큰 시장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디앱닷컴에 따르면 2018년 3분기까지 크립토키티, 포모3D(Fomo3D) 등 디앱 대부분이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올 1분기 전체 이더리움 디앱 사용건수의 87%가 거래소 및 게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느린 속도와 비용 문제로 이더리움 기반 디앱 수는 감소하고 있다.
이오스 디앱은 2019년 5월 현재 사용건수가 가장 많다. 올 1분기 디앱에 사용된 거래액은 약 16억5700만 달러, 이중 80% 이상이 게임 분야다. 국내 대표적 게임 디앱 이오스 나이츠(EOS Knights)는 이오스 기반 RPG 게임으로 모바일과 PC에서 플레이 가능하다. 지난 4월 누적 매출 10만EOS(약5억5000만원)을 초과해 1위를 차지했다. 트론 디앱은 현재 사용자 수 기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트론 디앱에 사용된 거래액은 약 13억6200만달러로 이오스처럼 90% 이상이 게임 분야다. 트론 아케이드 게임 펀드로 3년간 최대 1억달러를 게임 디앱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디앱 개발 시 이더리움, 네오, 퀀텀, 이오스, 트론과 같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반면에 허가를 받은 특정인만 합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신원이 모두 밝혀져 익명성도 없으며, 시스템 전체를 관리하는 중앙 관리 주체가 참여자를 결정하는 것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정보의 외부 유출을 원치 않고 처리 속도를 중요시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고도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정부에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디앱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
최근 국내 주요 IT기업과 스타트업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채택하고 다양한 디앱 개발과 사용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의 블록체인을 향한 행보는 디앱 성장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에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갤럭시 S10 시리즈는 '블록체인 키스토어'라는 개인키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삼성 녹스(Knox)'의 보안 기술로 개인키를 스마트폰에 보관해 사용한다. 사용자들은 별도 하드웨어 지갑(월렛)이 없이 다양한 블록체인 앱에서 결제·송금 등을 할 수 있다. 별도 보안 운용체계에서 작동하며, 스마트폰이 해킹당하면 삼성 녹스로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점차 확대하고 서비스 대상국도 한국, 미국, 캐나다에서 다양한 국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통신 사업자와 협력해 블록체인 신분증과 지역 화폐 등 관련 기술도 활성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삼성SDS는 기업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위한 플랫폼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금융, 제조, 물류 등에서 전 사업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국내외 금융권 공동인증, 전자문서 시점확인 및 진위증빙, 제조사 전자계약 및 진위증빙, 물류·유통 정보 실시간 추적 등에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해 상용화했다. 넥스레저 유니버설을 출시해 서로 다른 분산합의 알고리즘에서도 표준화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한다. 삼성SDS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지속 개발, 제공하고 글로벌 고객 대상 사례와 네트워크를 확대할 방침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링크(LINK) 기반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를 위한 파이어니어(PIONEER) 멤버십 프로젝트를 도입한다. 파이어니어 멤버십 프로젝트는 일반 토큰 홀더를 위한 프레스티지 클럽과 VC 등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인더스트리 파트너스로 나뉜다. 링크는 현재 5개의 디앱에서 활용되고 있다. 주로 콘텐츠 영역의 디앱에서 활용되고 있다. 올해는 커머스, 소셜, 게임 등 여러 서비스로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향후 라인 서비스를 넘어 서드파티로 사업을 확장해갈 방침이다.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 기술 상용화에 중심을 두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수백만 이상 유저를 확보한 파트너사와 협력해 자사 서비스와 유저, 운영 노하우를 강화하고 있다. 초기 서비스 파트너 절반 이상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남미 등 글로벌 대상의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어 클레이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클레이튼 플랫폼과 파트너 간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에코시스템 확대와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클레이튼 플랫폼의 토큰 클레이(KLAY)를 서비스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파트너도 발굴해 플랫폼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해갈 방침이다.
◇국내 디앱 활성화 조건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 기준으로 기술격차가 2.4년이다. 유럽은 0.5년, 일본 1.3년, 중국 1.8년이다. 블록체인은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라 격차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국내 디앱이 활성화되려면 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는 안정된 플랫폼과 디앱 비즈니스 전략이 수반되는 킬러 앱 개발이 촉진돼야 한다. 두터운 사용자층 확보를 위해 실생활에 유용하고 사용이 편리한 디앱을 개발해야 한다.
토큰 이코노미 기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사용성과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지갑과의 연동이 필요하다. 토큰 풀을 통해 토큰 현황 관리, 서비스 연계 방안 등도 지원해야 한다. 강력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구성과 디앱 회사들의 개발 환경 지원도 필수다. 투기성이 혼합된 통화형 토큰을 경계하고 신뢰성, 사기 방지 기술을 활용해 유틸리티 토큰 활성화 지원도 중요한 요소다.
기존에 존재하는 법과 제도와 상충되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과 관련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거나 국내 인재나 자금 유출을 유도하는 규제는 완화하되, 문제 발생 시 책임을 강화하는 등 합리적인 제도 수립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기자 hyangseon.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