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잇따른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대거 보강하고, 24시간 출동 응급개입팀을 설치한다.
1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실에서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조현병 환자 강력범죄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조기진단과 지속치료로 정신질환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능후 장관은 “정신진환자 관련 범죄로 사회적 우려가 고조되고, 환자 치료·보호에 국가 책임이 강조된다”면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초기 집중적인 치료가 예후를 호전하고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향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우선 내년부터 2022년까지 충원 예정이던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785명을 올해 충원한다. 현재 전문요원 1인당 60명 수준인 사례 관리 대상자를 25명 수준으로 개선한다.
정신보건 관련 사업 예산을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묶어서 내주면 시도가 지역 여건에 따라 자원 배분을 조정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내년에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설치, 24시간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유지한다. 응급개입팀은 정신응급 상황 시 경찰·구급대원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는 전문요원이다. 또 하반기부터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하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건강보험 수가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첫 발병 환자, 미치료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인식개선과 자가관리에 필요한 홍보, 교육도 강화한다. 발병 초기 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치료를 돕는 조기중재지원 사업을 도입한다. 저소득층 등록환자는 발병 후 5년까지 외래 치료비를 지원한다. 하반기부터는 퇴원 후 치료 중단과 재입원 방지를 위해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이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에 '지역 정신응급 대응 협의체' 를 설치, 지역사회 정신건강 현안을 논의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 정신건강관리 총괄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경찰, 보건, 복지 담당자가 발견하는 특이 민원사례에 대한 정례 평가를 도입하고, 보건-복지 통합사례회의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중장기적으로 정신재활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정신재활시설은 작년 말 기준 전국 348개소가 설치됐다. 각 지역 수요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지속 확충한다. 거점 정신재활시설을 지정해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타해 위험 환자에 대한 비자의 입원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비자의 입원제도는 자·타해 위험과 치료 필요성이 있으나 환자가 입원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보호의무자나 시장, 군수, 구청장에 의해 행해지는 입원이다. 제도 결함에 따른 치료 누락 여부, 환자 인권보호, 치료 필요성 등을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원인 질병은 조현병, 조울증, 재발성 우울증이다.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에 약 7만7000명의 환자가 입원치료와 정신 요양 서비스를 받는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는 약 42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에 등록된 환자 수는 약 9만2000명에 그친다.
박 장관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로 정상생활이 가능하며 자·타해 위험 상황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일시에 정신건강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