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달궈지는 총선, 달궈지지 않는 국정

내년 총선 열기가 벌써부터 달아올랐다. 여야 정치권은 텃밭을 가꾸는 한편 지도부도 바꿨다. 총선 출마를 목표로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행정관 이름도 오르내린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고려하면 늦어도 8월에는 입당해야 한다. 추가 사임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거물급 인사도 거론된다.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현직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총선 차출론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조 수석과 관련해 “정치를 권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본인 판단으로 넘겼다. 1기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서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총선 전반에 걸친 승패를 좌우할 지역에서 빅매치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윤영찬 전 홍보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 박수현 전 대변인 등도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여 지역구를 챙기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개혁 완수'를 명분으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겨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출범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내년 총선은 중요하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면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권 초반 1년은 '촛불'을 안고 쉼없는 적폐청산 과정을 달려왔다. 이후 1년은 국정 운영 틀을 만들었다. 한반도에 평화 씨앗, 대한민국 성과와 미래를 위한 혁신의 씨앗도 뿌렸다.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소득 주도 성장, 공정 경제, 혁신 성장 등 간판 정책을 놓고 여전히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손에 잡히는 변화가 없는데 뭐가 나아졌냐는 인식이 국민 저변에 깔려 있다. 소기의 성과도 냈지만 소득분배 지표나 일자리 창출, 자영업자 체감 경기 등에선 부진하다. 당장 버스노조 파업 경고가 '주52시간제 시행' 정책을 등에 업고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선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실행 전략에서는 국민이나 기업 현장 모두 불만이 많다. 정부, 국회 모두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쳐야 한다. 본격적으로 달궈져야 한다. 달궈지지 않은 솥에서 기름지고 찰진 밥이 나올 수 없다. 위는 설익고 밑은 타버린 '부조화'가 지금 처한 모습이다.

게다가 지금 국회는 마비 상태다. 지난달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로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입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이후 '올스톱'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인사차 찾아온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전국 장외투쟁에 나선 상황에서 마냥 편하게 듣기에는 개운찮은 말이다. 결국 한숨이 나오는 쪽은 정치권도 청와대도 아니다. 국민이다.

당청 모두의 '목표'는 내년 4월 총선 한 곳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선거가 선거다워지려면 정책 이슈도 많아야 하고, 정견도 어느 정도 충돌해야 한다. 서로 논리를 펴며 설전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용광로처럼 뜨거워지고, 제대로 된 국민 민심도 표출된다. 지금처럼 정치권은 마비 상태에 놓이고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안 된다. 치열하게 부딪치면서 다잡아 나가야 한다. 하루빨리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재가동해야 한다. 내년 총선 이후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쥘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국민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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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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