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5% 상호관세 파장]통상질서 '리셋'…FTA 체결 20개국 중 韓 관세율 최고

글로벌 관세전쟁 서막
동맹 구분 없이 협상 우위 포석
제조업 부흥·일자리 창출 목표
中·EU, 보복조치·맞불관세 예고
일각 “제2 세계 대공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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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국가별 상호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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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혈맹'인 우리나라는 25%, 일본과 중국은 각각 24%, 34%, 유럽연합(EU)은 20%로 동맹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통해 각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편, 국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를 꿈꾸고 있다.

◇시작된 관세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전면적인 글로벌 통상 전쟁을 선포했다. 모든 나라에 기본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한 뒤 개별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지만 기본관세 10%에 개별관세 15%를 더해 25%를 부과했다. 국가 간 협약인 FTA도 무시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매긴다며 그 절반인 25%의 관세를 제시했지만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는 작년 미국과 각국의 상품수지를 해당 국가의 미국 상품 수입으로 나눈 수치다. 미국의 대한국 상품수지는 지난해 660억달러 적자고 이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품 수입액(1315억달러)으로 나누면 -50.2%다. 중국, EU, 대만, 일본, 인도 등 대부분 나라가 이 수치와 일치했다.

황당한 수치지만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를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 60개 중 하나로 분류했다. EU(20%), 베트남(46%), 대만(32%), 일본(24%), 인도(26%) 등 대다수 나라도 우리처럼 미국에 관세 폭탄을 맞았다. 관세전쟁의 제1 타깃인 중국에 대해선 기존 20%의 보편관세에 추가로 34%를 부과해 총 54%의 관세를 폭격했다.

◇제2의 대공황 우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로 1920년대 이후 100년 만에 전 세계적 대공황 우려까지 일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중국과 EU를 비롯한 대다수 나라가 보복 관세 등의 대응 조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무역비용이 증가하면 기업 수출과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자도 지갑을 닫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국의 생산과 고용도 줄게 돼 경제성장률도 하락하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무너지면서 모든 비용 자체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진다.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실질 임금 축소가 불가피해 진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과 EU 등은 미국의 상호관세 공개와 함께 보복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미국의 EU에 대한 상호관세에 대해 “부당하고 불법적이며 불균형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EU는 기존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에 상호관세에 대한 맞불 관세도 더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캐나다도 “목적과 힘을 가지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자국을 타깃으로 한 기존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에 더해 농산물에 보복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자국 기업의 대(對)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도 취했다.

미국도 이에 지지 않고 '눈에는 눈'식으로 보복 관세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발 글로벌 관세전쟁은 당분간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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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을 한 뒤 행정명령에 서명 후 들어 보이고 있다.AFP

◇목표는 미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 행태를 깨부수겠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 구호일 뿐, 사실상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대만 등에 빼앗긴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이 진짜 목표라는 분석이 많다.

상호관세를 빌미로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의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를 늘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관세를 높이면 외국 제품이 비싸지기 때문에, 주요 기업의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가 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시장 활성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과거 제조업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러스트벨트' 유권자를 겨냥한 조치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주요 지역이다.

미국의 이런 전략은 미국 위주의 공급망 중심 세계에서 제조를 담당하려 한 우리나라의 외교통상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시장이자, 최강국인 미국과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면서 “상호관세 발표 후 미국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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