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년간 규제혁신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사후규제를 골자로 한 규제혁신 5법이 지난해 여야 의견 조율로 통과한 것도 희소식이었다. 규제혁신에 따른 혁신산업 활성화에 디딤돌을 놓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혁신 효과는 낮았다. 여전히 규제의 벽이 높고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소극 행정은 변함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규제혁신 5법의 마지막 열쇠였던 '행정규제기본법'이 올 들어 뒤늦게 국회를 통과한 것도 체감도를 떨어뜨렸다.
◇선진국 대비 규제강도 '높다'
전자신문과 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강도)이 '높다'는 답변이 45.8%로 절반에 육박했다. '다소 높다' 28.4%, '매우 높다' 17.4%였다.
규제 강도가 낮다는 답변은 18%에 그쳤다. '보통'은 36.1%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도 기업이 느끼는 효과는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긍정적인 부분은 부정적 시선이 조금이나마 완화된 것이다. 규제 강도가 '높다'는 의견은 지난해 같은 조사(49.1%)에 비해 3.3%P 줄었다. '다소 높다'와 '매우 높다' 답변 비중이 각각 1%P, 2.3%P씩 떨어졌다.
규제 강도가 '매우 낮다'는 의견은 지난해 3.7% 수준이었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6.8%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협치'로 이뤄낸 규제개혁 5법이 본격 시행되면 현장 체감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탁상행정 정부' '거꾸로 가는 국회'에 불신
응답기업은 규제 일변도인 정부 공무원 '탁상행정'과 국회에서 지속 발의되는 규제 '강화' 법안이 규제혁신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봤다. 제도가 마련돼도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인식변화와 법을 수정하고 만드는 국회의원이 바뀌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규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를 '공무원 탁상 행정(30.7%)'에서 가장 많이 꼽았다.
두 번째론 '규제신설·강화 등 실적 쌓기 법안 발의'였다. 22.4%가 문제로 삼았다. 뒤를 이은 것은 '복잡한 법체계(18.2%)'였다.
우리나라 미래 혁신성장을 책임질 벤처기업 상당수가 '공무원' '국회' '법'을 규제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본 것이다.
카카오와 택시업계로 대표되는 '신·구사업 이해당사자간 충돌(127개·13.1%)'과 '규제개혁 컨트롤타워 부재(101개·10.4%)라는 의견도 있었다. '감사원 공무원의 정책 감사'는 49개(5.1%)로 가장 적었다.
◇규제혁신 속도 높여야…공무원, 국회 '변해야'
벤처기업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규제에 대한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한 규제혁신 작업 속도를 보다 높일 필요성이 있다.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국회 입법 활동과 이를 집행하는 정부 공무원의 규제 업무 적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규제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정부와 국회 양대 축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대통령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정부 공무원의 '규제 마인드'를 개선해야 한다. 국회도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아닌 기업을 살리는 규제 입법에 주력해야 한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빨리 풀어나가는 것도 숙제다. 지난 카풀 서비스 논란에서 확인된 것처럼 혁신산업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홍영표 의원은 지난 7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우리 산업은 4차 산업혁명 경계에 서있지만 정부와 산업계, 노동계 등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