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간 '1조원 소송전'에서 애플이 이탈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까지 소송전에서 빠지며 공정위로선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우려가 커졌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공정위에 공정위-퀄컴 간 소송전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애플과 퀄컴이 2년 동안 이어온 특허 소송에 합의한데 따른 조치다. 애플과 퀄컴은 1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진행되는 모든 소송에서 상호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퀄컴에 대항할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은 LG전자,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만 남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퀄컴 간 소송과 관련 애플이 보조참가자에서 빠진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말 퀄컴의 특허남용을 적발,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퀄컴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의 위법 행위는 휴대폰·통신칩셋 업체를 상대로 한 것이라 삼성전자,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가 공정위 측 보조참가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작년 초 삼성전자가 퀄컴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 개정하면서 소송에서 빠져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가 잔류했다.
작년 말 LG전자가 새롭게 공정위 측 보조참가자로 합류해 공정위 '우군'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 애플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형태로 이탈하면서 공정위로선 힘든 소송전을 이어가게 됐다. 공정위에는 소송에 대응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보조참가자 역할이 크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반대로 이번 사례가 업계에서 퀄컴 '파워'를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라 소송전에서 공정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가 퀄컴을 제재한 근거가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전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어 공정위가 애플 측으로부터 이미 많은 자료를 확보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정위가 크게 불리할 것은 없다는 평가도 있다.
공정위-퀄컴 간 소송전은 올들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지난 15일에 이어 17일에도 양측 변론이 진행됐다. 다음 달 20일과 22일에도 변론이 예정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퀄컴 간 소송전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