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61>혁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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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투모로우'란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 잭의 아들 샘은 친구들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진대회에 참가한다. 갑작스런 자연 재해로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해 뉴욕에 갇히게 된다. 시간도 때울 겸 들른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매머드를 보는 장면에서 샘의 친구 브라이언이 설명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빙하에서 발견된 매머드의 위장에선 방금 먹은 음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매머드는 갑작스럽게 얼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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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영화의 플롯은 지구 온난화를 다룬다. 단지 극지의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 염도에 변화가 생기고,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온다. 마치 매머드가 피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은 것처럼 인류의 운명도 극한의 추위에 위기를 맞는다.

이 영화를 본 한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을 살고 있는 기업의 운명이 저 매머드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상 어느 기업이고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다를 리 없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갑작스런 위기를 맞닥뜨려 왔다. 겉으로 보기에 자신만만해 하지만 이들이 대면할 경쟁자는 종종 자신보다 더 크고, 더 세고, 더 거칠 것 없기 마련이다.

얼마 전 어느 대기업 임원이 “그렇다면 기업에 가장 큰 위기와 위협은 무엇일까”라고 물어 왔다. 많은 경영학자의 공통된 조언은 자만심을 피하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직면해야 하는 온갖 종류의 자만심은 끝이 없다. '우리 정도의 기술이라면'은 기본이다. 우리는 소비자를 잘 알고 있고 경쟁 기업의 전략도, 산업 미래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과연 그럴까. 기업의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혁신 지속 기업'의 반열에 드는 곳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이유는 왜일까. 그토록 많은 자원과 경영 노하우가 있으면서도 지속 혁신이 어렵고 실패하는 것은 왜일까.

해답은 '혁신 여정'을 살펴보면 단순해진다. 이것은 혁신이 숨어 있는 공간과 차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경우는 가려져 보이지 않기도 한다. 누구도 관심 안 둔 공간에 버려져 있기도 하다. 차원이 다른 탓에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할 때마저 있다.

모든 기업은 그동안 나름의 방식으로 이 숨어 있는 공간과 디멘션을 찾아왔다. 그러나 자신이, 기존 방법으로 모든 차원과 공간을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그 전에 자신이 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모든 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 순간 함정에 빠진다. 성공 경험이 혁신의 걸림돌이라고 하는 것도 이 탓이다. 같은 돌 밑과 같은 바위 벼랑과 동굴이 내어줄 수 있는 혁신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그토록 거대한 자본과 최고 경영진을 둔 글로벌 기업이 왜 실족할까. 혁신 시각에선 어찌 보면 지극히 자명하다. 자신을 자신의 근시안 속에 가둔 어떤 대기업보다 혁신은 더 다양하고 거대한 탓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CEO라면 '투모로우'는 다시 볼 만한 영화다. 만일 당신이 “저 매머드를 닮았다”고 탄식한 어느 CEO와 같은 마음이라면 내일 아침 회사 정문에 서서 한번 살펴보라. 숨겨진 공간을 찾아낼 듯 그들의 눈은 빛나며 반짝이고 있는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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