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5>'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 지금 내실화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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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1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으로 있다. 여러 의제가 있겠지만 하노이 비핵화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이에 따른 후속 전략 및 남북 경협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주된 목적일 것으로 언론은 전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는 별개 사안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했다. 모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회원국인 이들 국가의 방문은 지난날 제안한 신남방 정책과 경제 협력 내실화에 목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2017년 11월 문 대통령이 밝힌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과 '신남방 정책'은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등 3P가 주요 원칙이었다.

어찌 보면 문 대통령의 외교 철학은 이때 밝힌 사람, 번영, 평화라는 키워드를 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것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이나 신남방 정책, 남북 협력이 실상 서로 상관성이 없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남방 정책의 경우 경제 협력이란 목적도 있었지만 우리의 경험과 성과를 나눠서 지역 성장에 기여한다는 호혜 목적이 강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했다”면서 “아세안 국가들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상생의 경제 협력을 지향하자”고 제안한 것이 그것이다. 남북 협력도 이 철학과 궤를 함께할 수밖에 없다. 경협이란 과정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남북 간 신뢰성을 높이고, 동족이란 관점에서 인도적 성격과 당위성 역시 더 가깝게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참을 숨 가쁘게 달려온 남북 협력이나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지금 사람, 번영, 평화의 원칙을 점검하고 정책을 내실화하는 기회로 삼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마다 나름대로 백가쟁명식 제안이 있겠지만 정부에 재외 한인을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조언하고 싶다. 이스라엘 역사가 디아스포라 없이 설명할 수 없다면 이것은 우리 민족에도 예외가 아니다. 근대와 일제 강점기만 따져 봐도 우리 민족 수백만명이 대부분 타의로 고향을 등지고 낯선 땅으로 이주했어야 했다.

심지어 고국에서 수천㎞ 떨어진 중앙아시아로까지 이만한 숫자가 이주당한 것은 역사에서 그 유래가 결코 흔하다고 할 수 없다. 그 결과 지금 우리 동포들은 중국에서 옛소련 지역인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 흩어져 살고 있다. 게다가 단지 우리 문화를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성실하기로 소문난 교육열이 높고, 이 때문에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 많은 모범 민족으로 자리 잡았다.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이 우리가 세계 모범 국가로서 우리의 여러 경험과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라면 신남방 정책이나 남북협력이 원래 지향하던 목표와 일맥상통할 법하다. 실상 2017년에 큰 그림을 내놓은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에서 이미 언급된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를 잇는 신북방 정책을 재점화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본다.

어떤 정책이 잠시 정체돼 보일 때 전문가들은 추진 동력을 재점화하기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르라고 조언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숙고의 첫걸음은 달성하려 한 원래 목적 또는 첫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세운 원칙으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 '사람 중심의, 사람 지향의 공동체'란 철학으로 되돌아가 사람·번영·평화를 관통하는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면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코리안 실크로드'라 생각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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