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표준, 손 놔선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표준 대응과 관련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스마트선박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표준에 대한 정부 대응이 혼선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통상 1분기 안에 '범부처 국가표준 정책협의회'를 통해 주무 부처를 정해야 하지만, 올해는 부처 간 이견으로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심 '뜨는 분야에 숟가락을 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들 표준은 빠르면 이달부터 국제표준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이 같은 논의에 우리나라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할 경우, 국제표준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 제품은 의미가 없다. 현 정부가 표방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통한 신산업 육성과 제조업 혁신이 국제표준에 발목 잡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의 관심과 대응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공적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민간 전문가 참여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두 기구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임원 중 산업계 인사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 비율은 10여년 넘게 요지부동이다.

우리 기업이 국제표준화 활동 참여를 통한 이익 창출 사례가 적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활동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여력이 부족한 것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국제기구에서 장기간 활동해야 국제표준기구에서 목소리를 내고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참여가 절실하다. 표준화 활동을 눈앞 이익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일찌감치 표준 중요성을 인식하고, 결국 IEC 회장 자리를 꿰찼다.

정부와 기업 모두 4차 산업혁명 국제표준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부처 간 힘겨루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승적인 협업이 절실하다. 기업도 표준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제표준을 손놓은 국가와 기업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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