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종(種)인 꿀벌과 물고기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개발됐다. 앞으로 농업 현장이나 동물 재난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호세 할로이 파리 디드로 대학 교수, 스위스 로잔 연방 기술원 연구팀,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 연구팀은 로봇 기술을 이용해 꿀벌과 물고기(제브라 피시)가 소통해 이동 경로를 바꾸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오스트리아에 꿀벌들에게 신호를 전달할 로봇을 설치했다. 전구가 달린 두 개 로봇은 온도, 진동, 기류 등으로 물고기들이 보내온 신호를 전달한다. 벌꿀들이 로봇 주변으로 많이 운집할수록 전구 불이 밝아지는 센서를 달았다.
700㎞ 가량 떨어진 스위스 연구소에는 모양, 색깔 등으로 벌꿀의 신호를 전달할 로봇 물고기를 설치했다.
이들의 소통은 약 30분간 진행됐다. 실험 초기 벌꿀들은 두 로봇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물고기와의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한 쪽 로봇으로 밀집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쪽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물고기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 물고기를 따라 일정 방향으로만 헤엄을 쳤다. 신호를 교신하면서 벌꿀과 물고기가 합의에 도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곤충 간의 교신을 돕는 기술이 농업, 재난 현장 등 다양한 로봇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니콜 아바이드 버지니아 공대 교수는 “앞으로 소형 로봇이 무리지어 움직일 때 서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며 “드론과 자동차 등 완전히 다른 기기 사이 교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