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 시장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국회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KT와 매각을 추진하는 딜라이브 등 방통 사업자의 전략적 판단에 장애물이면서 정부의 유료방송 구조 개편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는 지난해 6월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1년 가까이 방치하는 등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22일 예정된 과방위 법안소위도 전격 취소했다. 이는 예정된 절차나 다름없던 일로 드러났다.
본지가 과방위 법안소위 의원 상대로 합산규제 재도입 관련 의견을 확인한 결과 여야 모두 당론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의원 간 온도차도 분명했다.
다만 여당 의원은 유보 입장, 야당은 찬성으로 중지를 모으고 있음도 확인됐다.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성수·변재일·박광온·이종걸 의원은 '유보'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응답을 거부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합산규제 재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추가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합산규제 재도입에 반대하던 변재일 의원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의원별 의견차가 있지만 당정협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현재 단계 입장을 '유보'로 일원화한다는 데 합의한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김성태(비례)·박대출·윤상직 의원은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정용기 의원은 중립 입장이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가속될수록 KT(KT스카이라이프) 등 거대 사업자의 시장 전횡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 간, 같은 당 의원 간 의견차가 분명한 만큼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국회가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 지연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합산규제 재도입 판단 지연은 유료방송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 정책과 엇박자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방통 사업자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찬반 여부를 차치하고 불확실성으로 인해 M&A 등 전략적 선택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유료방송 전문가는 “국회가 이렇다 할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며 1년 가까이 의사결정을 미루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국회가 M&A 등 유료방송 시장 상황 변화를 간파하고 여론을 수렴, 하루빨리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과방위 법안소위 의원별 합산규제 입장(O:찬성, △:중립 또는 유보, X:반대)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