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택시 전용 모델 내년에 내놓는다

현대자동차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장거리 주행에 특화한 택시 전용 모델을 내년에 내놓는다. 그 대신 신형 쏘나타(프로젝트명 DN8), 그랜저IG 등 현대차 양산 모델을 이용한 택시는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택시가 신차나 브랜드 이미지에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택시 전용 차량은 내수 시장에 우선 도입된 후 중국, 동남아 등으로 판로를 확대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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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싱가포르 택시시장에 공급하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제공=현대차)

현대차 택시 전용 모델은 기존 택시 주력인 LPI 엔진 외에도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전동화 파워트레인(동력 계통)도 접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가솔린 HEV, LPI HEV 등 다양한 전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 HEV 택시는 싱가포르에 약 1200대 수출, 상품성을 검증받았다. 또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 EV 택시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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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영국 런던 택시 전용 모델 구형 TX4와 신형 TX5.

해외에서는 이미 택시 전용 모델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블랙캡'으로 유명한 'TX'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런던택시(LTC)가 생산하는 TX시리즈는 지난 1997년부터 택시 전용 모델로 이용됐다. 기존에는 디젤 파워트레인 기반의 'TX4'가 주력으로 운행했지만 지난해부터는 PHEV 'TX5'가 런던 시민의 발이 됐다. 일본의 경우 2017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다목적차량(MPV) 형태의 신형 '재팬 택시'가 출시됐다.

국내 택시는 중형·중대형 세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외에서 택시로 많이 이용되는 MP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형세단 등은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택시는 양산 모델을 기본으로 하여 개량된 차량이다. 국내에서 택시 전용 모델 개발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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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반 영업용 택시와 승차공유 미니밴 타다 택시 (전자신문 DB)

현대차 택시 전용 모델은 중형차 플랫폼을 활용해 세단 또는 MPV 형태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는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돼 뒷좌석, 적재공간 등 승객에게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장거리나 악조건의 주행 환경 등에도 취약했다.

기존의 양산차를 기반으로 하는 택시는 오는 21일 출시하는 신형 쏘나타부터 출시하지 않는다. 다만 현행 7세대 쏘나타 뉴라이즈는 전용 모델 출시 전까지 영업용 택시로 생산된다.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택시, 그랜저 택시 같은 차급별 택시 모델을 없애고 전용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쏘나타의 경우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으면서 '중형차=쏘나타'라는 공식이 희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택시가 쏘나타 판매량의 약 35%를 차지하지만 쏘나타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서 득실을 따져보고 결정한 것이다. 또 쏘나타 택시 판매 감소분의 경우 택시 전용 모델을 수출, 만회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도 중국, 동남아 시장에 택시를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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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대표 모델이 택시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낮게 평가받고 있다”면서 “특히 쏘나타는 단순히 내수용 모델이 아니라 해외에서 어코드·캠리와 싸워야 하는 대표 모델로, 택시 전용 차량과 구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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