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프린팅 기법으로 생산한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 태양전지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15%대 효율을 구현했다. 다양한 색상을 표현하면서도 효율 손실이 적다. 제조비도 기존 방법 대비 절반에 불과, 건물일체형 태양전지(BIPV)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민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과 도영락 국민대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최고 효율 수준의 프린팅 코팅 공정 기반의 박막 태양전지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진은 용액 코팅법을 이용했다. CIGS 용액을 분사해서 필름 형태로 박막 태양전지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필름 구조를 제어, 빛 투과·반사율을 조절해 태양전지 광 전환 효율을 극대화했다. 달성 효율은 셀 기준 15% 정도로, 동일 방식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CIGS 태양전지 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난제를 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박막태양전지는 최근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성 경쟁에서 밀렸다. 결정질 태양전지는 옥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널형이다.
BIPV 시장이 매년 20%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데도 무겁고 심미성이 떨어지는 결정질 태양전지가 수혜를 누렸다. CIGS 제조에 주로 쓰인 진공 증착법 제조 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용액 코팅법 기반 제품은 기존의 진공 증착법 기반 제품 박막전지 대비 효율은 낮지만 제조 가격이 절반 아래다. 경제성이 높아 상용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효율도 곧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빨강, 노랑, 초록 등 다양한 색상을 구현했다. 기존 태양전지는 색상 첨가 시 빛 반사율이 높아져 효율이 최대 절반까지 감소한다. 연구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전지 위에 색상 필터를 입혔다. 색깔을 내는 좁은 영역 파장에서만 선택적으로 빛을 반사시켜 효율 감소를 줄였다. 다른 영역에서 발생하는 반사 손실은 기존의 태양전지 대비 월등히 적어 효율이 거의 줄지 않는다.
민병권 KIST 연구원은 “용액 코팅법으로 CIGS 박막 태양전지가 결정질 태양전지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면서 “공정 개선을 거듭하면 현재 15%대 수준 효율을 진공증착법으로 생산한 제품과 같은 23%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연구원은 “BIPV는 경제성과 함께 심미성도 중요한 경쟁력”이라면서 “다양한 색깔을 내면서도 효율 감소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향후 효율만 일정 부분 개선되면 BIPV 용도에 특화한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과학전문지 AMI 온라인판에 실렸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