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진家, 경영권 위해 소액주주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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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다음 주 순차적으로 이어가는 대한항공·㈜한진·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을'의 반란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주총은 여느 때와 달리 행동주의 펀드 '그레이스홀딩스(KCGI)' 견제 속에 경영권 방어가 골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은 불법·편법 행위와 갑질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한 조 회장의 연임을 막겠다며 공개적으로 소액주주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나섰다.

참여 단체는 국민연금지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대한항공 직원 연대비주 등 현재 7곳이다. 대한항공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56.4%(작년 9월 기준)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현재 확보된 표를 보면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지더라도 조 회장 측이 유리하다. 대한항공 최대주주는 한진칼(29.96%)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33.34%에 이른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에 비해 약 3배 많다.

게다가 대한한공은 조 회장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임직원,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통한 표수를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칼 주총은 대한항공 주총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 12.01%로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오른 KCGI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와 이사진 경영 감시 강화를 위한 주주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한진칼은 석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추천했다. KCGI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1심에서 KCGI의 손을 들어준 법원이 주총 당일 2심 결과에서 누구 손을 들어주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번 주총의 가장 큰 변수는 국민연금 표의 향방이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과거 3년 동안 조 회장이 여기저기 계열사 이사 겸임을 한다고 지적하며 대한항공 이사 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또 국민연금은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했다. 국민연금과 KCGI가 연대하게 되면 한진칼 주총도 조 회장 일가 뜻대로 안 될 가능성이 짙어진다.

한진그룹은 올해 KCGI, 참여연대 등 반대 측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에 대한 생각을 다시 잡아야 한다. 과거 '땅콩회항'부터 '물컵갑질' '폭력사태' '탈세혐의' 등으로 조 회장 일가는 신뢰를 잃은 상태다. 게다가 일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매년 있는 만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등을 도덕성을 갖춘 인물로 채워야 할 것이다. '을'의 반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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