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이달에도 중국 정부 보조금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곧 새 보조금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강화되는 기준이 국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제2차 신에너지차 보조금 목록'에는 순수전기차 83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1개 모델 등 총 84개 차량이 포함됐다.
이 중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2년여간 이어진 한국 배터리 보조금 차별에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새로 발표될 2019년 보조금 정책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신부는 양회가 끝난 후 이달 말께 새 보조금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기차 주행거리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주행거리 150㎞ 이하는 보조금이 없고 △150~200㎞:1만5000위안 △200~250㎞:2만4000위안 △250~300㎞:3만4000위안 △300~400㎞:4만5000위안 △400㎞ 이상:5만위안을 받는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른 가중치도 있다. 120~140Wh/㎏을 기준으로 이에 못 미치는 105~120Wh/㎏은 보조금 지급 금액이 40% 줄고, 140~160Wh/㎏은 10%, 160Wh/㎏ 이상은 20%가 추가된 보조금을 받는다.
올해는 주행거리에 따른 보조금 지급 액수가 기존 절반 규모로 줄어들 전망이다. 기준도 상향돼 기존 주행거리 150㎞ 이상이던 보조금 지급 하한은 250㎞ 이상으로 높아진다. 가중치를 받는 에너지 밀도 기준도 기존 120Wh/㎏ 이상에서 160Wh/㎏ 이상으로 두 단계 높아져 실수령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번 목록에 포함된 베이징자동차 BJ7000C5D4-BEV는 1회 충전으로 무려 501㎞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250㎞에 못 미치는 승용차는 1개뿐인 반면 400㎞ 이상인 전기차 모델은 10개였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176Wh/㎏까지 높인 전기차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창청자동차 CC7000ZM00BBEV로 JEVE가 배터리를 공급했다. 에너지밀도가 160Wh/㎏ 이상인 전기버스도 등장했다.
향후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대형 제조사 독과점과 군소업체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배터리 성능이 중요해지면서 한국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최근 중국 투자를 강화하는 것도 2020년 이후를 대비해 현지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올해 중국 보조금 정책이 당초 예상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배터리팩 에너지밀도 160Wh/㎏ 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전기차는 최근 출시된 일부 모델에 그치면서 업계 반발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다른 형태의 지원이나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