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패키지 소프트웨어(SW)와 코딩을 활용한 SW교육과 에듀테크 도입이 활발하다. 다만 학부모 펀딩과 참여율이 달라 도시와 학교 간 편차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울교대에서 만난 수지 오(Suzie Oh) 전 써드스트릿스쿨(3rd Street School) 교장(교육컨설턴트·교육학박사)은 “미국 부모의 SW교육열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써드스트릿스쿨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소재 공립초등학교다. 수지 오는 23년간 교장으로 재직했다.
LA 학부모 사이에 최근 SW교육 요구가 높다. 교육과 기술 간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가 먼저 나서 학교와 교사의 정보기술(IT) 또는 SW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고 학교발전기금 후원으로 학교에 SW교육 강화와 다양한 SW를 구비할 것을 주문한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주 정부마다 학부모 후원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써드스트릿스쿨은 연간 예산 절반을 후원으로 충당한다. 오 전 교장은 연방정부 예산 지원이 극히 일부고 주정부 예산과 후원 등으로 1년 예산을 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학교 정보화 예산·교육방침과 정보기술(IT) 교사 등에 테크 교육환경이 크게 좌우된다. IT교육 표준교본인 '테크놀로지 스탠다드'에 명시된 내용은 반드시 가르치고 그외 학교와 교사가 재량껏 수업을 짜는 능동 구조다. LA에서 초등 고학년부터는 컴퓨터를 활용해 치르는 시험이 다반사기 때문에 컴퓨터 활용방법은 필수 교육이다.
오 전 교장과 함께 방한한 미국 프리랜서 IT교사 조나단 에이브람스(Jonathan Abrams)는 “교사에 따라 스크래치 등을 활용한 코딩교육이나 SW 창의성 교육을 실시하고 포토샵이나 워드프로세스 등과 같은 기본 SW 사용을 가르치기도 한다”면서 “고학년은 간단한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개발, 애니메이션 작업 등 교사 재량껏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학교 위치에 따라 교육기회와 관심의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 근처에 위치한 학교는 학부모 교육과 경제적 수준이 높아 테크 교육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 학교 펀딩 규모가 다른 지역보다 앞설 수밖에 없고 학부모 재능기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공교육이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을 필두로 균등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 전 교장은 “써드스트릿스쿨과 근처 학교 교사 다수가 모여 학부모와 학생의 높은 테크 교육열에 부응하기 위해 1~2주에 한 번 테크교육 관련 조찬모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교육방법론을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오전 7시에 시작해 등교 지도에 무리 없을 때까지 진행됐다”면서 “이른 아침인데도 모임 멤버 대부분이 참석하는 등 SW교육과 에듀테크 활용에 대한 열기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SW교육 지원을 위한 미국 대기업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빌게이츠재단 등 글로벌 IT 기업이 학교현장을 지원한다. 애플은 과거 맥(MAC) 컴퓨터를 일찌감치 학교에 보급해 교육 시장을 장악했다. 모든 교육용 서비스가 MAC 기반으로 개발됐다.
SW는 평생 지원하는 사례는 없고 클라우드 기반 구독모델로 제공된다. 지속가능한 후원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에이브람스 교사 지적이다. 미국에서 학부모 펀딩과 주·연방정부 예산에 학교가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전 교장은 “이번에 에듀테크기업·서울교대 등과 미팅으로 한국 공교육과 SW교육에 대해 접할 기회를 가졌다”면서 “기술 발전으로 SW교육이나 에듀테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미국에 돌아가 한국의 코딩교육이나 에듀테크 서비스를 전파하고 협력모델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