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미국 컴캐스트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을 공동 개척한다. 게임단 설립을 넘어 게임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도 전개한다. 영화, 드라마를 포함한 미디어 협력도 추진한다.
◇게임단 'T1' 분사…조인트 벤처 설립
SK텔레콤은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컴캐스트 그룹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와 e스포츠·게임 공동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 설립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게임단 T1을 분사하고 컴캐스트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다. SK텔레콤이 최대주주, 컴캐스트가 2대 주주로 합의했다. 2분기 설립이 유력하며 양사가 공동 운영한다.
양사는 합작사를 통해 e스포츠 인기가 많은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e스포츠 팀을 공동 운영한다. SK텔레콤은 T1을, 컴캐스트도 '필라델피아 퓨전'이라는 오버워치 전문 게임단을 운영 중이다.
e스포츠 콘텐츠도 공동 제작한다. 인기 선수 일상을 담은 짧은 영상을 만들거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게임 중계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한다.
트위치,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이 선점한 게임 중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것이다.
T1은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세계 대회를 3회나 제패했고 슈퍼스타 이상혁(페이커) 선수를 보유하는 등 e스포츠 인지도가 높다. 컴캐스트는 연매출 110조원의 거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NBC 유니버셜, 드림웍스 등을 보유해 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8년 약 1조원에서 2022년 3조3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e스포츠 중계 시청자는 2억여명으로 추산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e스포츠, 미디어 등 뉴(New) ICT 사업 확대를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며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강화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의 미디어 '야심'
SK텔레콤과 컴캐스트 협력은 표면적으로는 e스포츠 분야 협력이지만 본질은 미디어 협력이다. e스포츠 팀 공동 운영을 제외하면 영상 제작,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이 모두 미디어 영역이다.
양 사는 미디어 포괄적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아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SK텔레콤은 옥수수와 푹 합작법인에 컴캐스트가 제작한 영화, 드라마, 게임 영상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와 푹 합병 추진에 이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도 시도 중이다. MWC19바르셀로나에서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포함한 차세대 미디어 사업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VR기기를 통한 가상공간 플랫폼 'e스페이스'를 전시한다.
허석준 SK텔레콤 프라이빗 플레이스먼트 그룹장은 “(넷플릭스 같은 모델을 기획하고 있다는 데 대해) 양 사 시너지가 상당해 그렇게 추측하는 게 맞다”면서 “OTT 방식으로 갈지, 티브로드 인수 이후 셋톱박스 형식으로 갈지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5G '킬러콘텐츠'로 부상한 미디어
SK텔레콤이 미디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5세대(5G) 이동통신 개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5G '킬러콘텐츠'이자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사업 분야는 미디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오붐(OVUM)과 인텔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 5G 트래픽의 90%를 동영상 스트리밍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수익 80%가 5G에서 나올 전망이다.
5G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도 뚜렷한 수익창출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글로벌 이통사가 가장 먼저,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미디어'라는 것이다.
게임 스트리밍 시장만 해도 2018년 11조원, 2019년 1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스트림랩스)된다.
허 그룹장은 “5G 도입 시점에 맞춰 VR, AR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기술도 모두 확보했다. 지상파 방송3사에도 게임 콘텐츠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면서 “여러 명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임 분야가 5G 성능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