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회담 '포 필러' 큰 방향성 제시 사전 실무협상서 '가지치기' 작업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수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에서 이룬 '센토사 합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하노이 선언'에 얼마나 구체적인 이행 내용을 담을지 주목된다.
양측 수석대표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미 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에서 지난 21일부터 주말 내내 쉼 없이 의제 실무협상을 했다.
이들은 한번 협상에 마주할 때 마다 4∼5시간 이상 장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사흘째였던 23일 오전 협상에서는 한 시간여 만에 첫 접촉이 마무리되면서 일부 의제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포 필러'에서 가지치기…핵심은 비핵화와 상응조치
2차 북미 정상회담 핵심은 지난해 '센토사 합의'에서 약속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이라는 4가지 사항, 즉 '포 필러(four pillar)'를 얼마나 구체화해 '하노이 선언'에 담는 가다. 북미는 센토사 합의에서 큰 방향성을 제시해 놓았다. 하노이 선언에는 이행 내용과 계획 등을 상세화해 가지치기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양국 회담 의제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비건 대표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문희상 국회의장이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12개 이상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싱가포르 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대 현안은 북한 영변 핵시설 등 추가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이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의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우라늄 농축시설 동결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불능화' 단계로 내딛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합의문에 담게 되면 '검증' 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어 북측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다.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신의 자녀가 평생 핵을 이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북측의 추가 조치에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상응조치 카드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간 대화 재개, 금강산관광·철도연결 등 남북경협을 위한 일부 제재 완화 등이 거론된다. 북한 측은 대북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달았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포함한 제재 예외·유예 문제가 협상 옵션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슈라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제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핵화 외 의제는…25년 만에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 이룰까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는 비핵화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양국 간 신뢰구축과 대화의 지속성 차원에서 다양한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는 25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포함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연락관 교환과 사무소 설치 계획이 합의를 이룬다면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6·25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 발굴 작업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센토사 합의문 4개 사항 중 미군 유해 발굴·송환 부분이 상대적으로 가장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 받고 난 뒤 장진호 전투와 운산·청천 전투 지역 등 미군 유해가 다수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공동 유해 발굴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해 발굴 논의도 중단됐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트럼트 대통령은 “한국에서 병력을 감축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