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자영업·소상공인을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 동결 요구에 대해서는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인상 기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문 대통령에게 카드사 수수료 문제 개선, 은행권 담보연장, 제로페이 홍보 강화 등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 마련한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올해 자영업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사는 지난달 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와 15일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 이달 7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이어 올해 들어 네 번째 경제 주체와의 만남이다.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을 청와대에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 제한 등 현 정부가 취한 지원 대책을 소개했다.
정부 출범 이후 자영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정책들을 공유했다. △11조 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 제한과 계약갱신청구기간 연장, 환산보증금 상향 등 상가임대차 보호 강화 △6조 원 규모 금융자원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자영업비서관실도 신설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자생력을 갖춘 지역 상권에서 자영업이 되살아나도록 할 것”이라면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본격 시행하고 유통산업발전법 등 상권보호법도 개정,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업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송인 서경석씨 사회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자영업자들은 내년 최저임금 동결, 카드사 수수료 문제와 은행권 담보 연장, 금융결제 시스템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뚜렷한 개선 방향은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면서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를 개선 등 조치가 함께 취해져야 하는데 국회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민 푸르네마트 대표(한국마트협회장)는 금융위원회가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재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회장(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은행권이 자영업자 대출 연장에 소극적인 점을 불만으로 토로했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로페이'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기 김밥나라 대표(홍천중앙시장상인회 부회장)는 “제로페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많이 모르고 있다”면서 “전통시장은 상인과 소비자 모두 노령화돼 스마트폰보다 폴더폰을 쓰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다. 체크카드를 제로페이화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실과 정부는 이번 행사에서 제안된 의견을 '자영업 종합대책'에 반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19일 후속점검회의 개최 등 자영업·소상공인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