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 규제 재도입 논의가 엄한 길로 빠졌다. 느닷없이 위성방송 공적 책무가 불거졌다. 공공성을 이행해야 하는 KT스카이라이프가 단순히 수익 수단으로 활용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합산 규제가 필요하고, 아니면 계열 분리를 하라는 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요구다.
문제가 심각하다. 합산 규제 도입 목적은 경쟁 촉진과 독과점 방지다. 방송의 공적 책무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목적에서 벗어난 논의는 억지에 불과하다.
지상파든 유료방송이든 모든 방송사가 (재)허가 승인을 받을 때 첫 번째 조건으로 공적 책무를 요구받는다. 난시청 해소, 통일 대비 등은 방송사별 세부 목적일 뿐이다. KT스카이라이프에만 공적 책무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입자를 늘린다고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민간 기업이 수익을 늘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공성은 규제 기관이 살피면 된다.
민간 기업 상대로 계열 분리를 언급하는 것도 문제다.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 KT를 압박하기 위한 엄포로밖에 안 들린다.
KT가 직접 딜라이브 인수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합산 규제 재도입을 원하는 진영은 또 다른 이유를 들이댔을 게 분명하다. 공적 책무나 계열 분리 주장이 구차하게 들리는 이유다.
전문성 없는 국회가 또다시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제한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방송 산업과 공공성 확보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