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 연설문에서 경제를 35차례, 성장을 29차례, 혁신을 21차례 언급하면서 집권 중반기 핵심정책으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경제 정책 기조 유지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경제정책의 보완, 신성장동력 발굴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부터 전략적 혁신산업 투자도 본격화한다”면서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의 3대 기반 경제에 총 1조5000억원, 스마트 공장, 스마트 시티, 자율차, 드론 등 혁신성장을 위한 8대 선도사업에도 총 3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R&D 예산도 사상 최초로 20조 원을 넘어선다”면서 “원천 기술에서부터 상용 기술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이 혁신과 접목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를 맞은 주력산업 분야 대책과 관련해선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같은 전통주력 제조업에도 혁신의 옷을 입히겠다”면서 “작년에 발표한 제조업 혁신 전략도 본격 추진해 스마트 공장을 올해 4000개를 포함해 2022년까지 3만 개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관련해서도 제조업을 혁신해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조업 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의 시행은 신기술, 신제품의 빠른 시장성 점검과 출시를 도울 것”이라면서 “기업의 대규모 투자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도록 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 특히 신성장 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신산업 활성화를 지원한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특례법 개정으로 정보통신기업 등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이 용이해졌다”면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이 다양한 혁신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대규모 공공 인프라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는 현황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엄격한 선정기준을 세워서 광역별로 한 건 정도의 공공 인프라 사업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그 가운데에서 예타를 거치진 않지만 그래도 가장 타당성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함께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 170여곳 구도심 지역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새롭게 바꿀 계획이다. 농촌 스마트팜, 어촌 뉴딜 사업으로 농어촌 생화환경도 대폭 개선한다.
혁신성장 선도 분야 석박사급 인재 4만 5000명과 과학기술·ICT 인재 4만명을 양성한다. 인공지능 전문학과도 신설한다. 문 대통령은 “신기술 분야 직업훈련 비중을 늘리고 재학, 구직, 재직, 재취업 등 각 단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직업훈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중심으로 '혁신성장' 이행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없이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을 골격으로 하는 'J노믹스' 이행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동화와 무인화, 온라인 소비 등 달라진 산업구조와 소비행태가 가져온 일자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제계와 유관기관은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강조한 데 대해 공감을 표하며 적극 투자에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규제,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개선책 마련도 함께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경제 활력 제고 의지를 보여 준 것에 대해 반기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지속적인 규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발굴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충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 경영 부담이 완화되고 기업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업경영 정책 전반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기 한국무역협회 혁신성장본부장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신성장산업 투자 확대, 규제 해소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환영한다”면서 “혁신 인재 양성, 한류 확대,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통한 경제·안보 공동체 실현 등은 중요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