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하고 개성 있는 게임이 코엑스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게임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0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한국게임학회, 전국게임관련대학협의회 소속 30여개 대학 학부생들의 졸업 작품과 과제·개발작이 공개됐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개성 넘치는 게임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대학생이 뿜어내는 게임 개발 열정은 12월 추위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뜨거웠다.
김태윤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학생이 만든 '카멜레온 맨'은 카멜레온 특징을 게임 규칙에 접목했다. 변하는 색에 맞춰 같은 색 장애물을 선택해 극복해야 앞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반적인 런 게임에 컬러리즘을 융합해 보는 맛을 살리고 차별화를 꾀했다. 총 100개 스테이지에 다양한 장애물을 제공한다. 점프하고 헤엄치고 줄을 탈 수 있다. 카멜레온화 되버린 생명과학자가 해독제를 찾기 위해 카멜레온을 쫓는다는 이야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스토리 반전이 일품인 VR(가상현실)공포게임 '타임캡슐'은 명지전문대학교 소프트웨어콘텐츠과 김지수, 김희진, 정재이, 함정욱 학생이 개발했다.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학교로 무대를 고정했다. VR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야를 손전등 범위로 제한했다. 스테이지는 지상 3개층 지하 1개 층으로 총 4개 층으로 구성됐다. 교실뿐 아니라 과학실, 미술실, 음악실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얻은 단서에 따라 멀티엔딩도 제공한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게임공학부 윤정훈, 이인호, 이후림 학생은 스트리밍을 통해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 '카운터플로우'는 스트리밍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팅 오버 잇'과 같은 형식으로 꼭대기까지 오르는 게임이다.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송출하는 걸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트위치 채팅창을 게임에 내제화했다. 게임 화면에 트위치 채팅이 노출돼 시청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동교 강수빈, 김병진, 이상기 학생은 유니티와 언리얼엔진 등 상용 게임엔진이 아닌 '다이렉트12 API'를 직접 활용해 3D 대전액션 게임 '메가 크래시'를 만들었다. 모든 콘텐츠를 서버단에서 처리해 해킹을 방지 하고 피직스X를 활용한 물리처리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술단에서 차별화된 게임을 선보였다. 상용 게임엔진이 아닌 원시 API를 활용한 기능 구현이 돋보인다.
최창민 광운대 스마트융합대학원 학생은 '건러쉬'를 선보였다. 수많은 VR게임 사이에서 유일하게 어트랙션을 활용했다. 트럭 뒤에 탑승해 몰려오는 좀비를 제거하는 게임이다. 게임 시야 및 트럭 움직임에 따라 의자가 움직여 몰입도를 더한다. 바람과 진동을 제공하는 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구현했다.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팀 가맥'은 '비하인드 던전'을 선보였다. 박스를 전후좌우로 움직여 길을 개척하는 퍼즐게임이다. 가맥은 '가능성 맥스'와 전주지역 특산물인 가맥(가게맥주)을 뜻하는 중의적인 팀 명이다. 가맥은 전주 한옥마을 '전일슈퍼'가 원조로 슈퍼마켓 몇 개 안 되는 테이블에서 북어포에 맥주를 마시는 음주 문화에서 비롯했다.
김주휘 중앙대 게임미디어인터렉티브융합전공 학생은 마인크래프트에서 영감을 얻은 '프리크래프트'로 시선을 끌었다. C언어와 그래픽 라이브러리 공부를 위한 습작이지만 독특한 그래픽으로 주목 받았다. 자동으로 월드가 계속 확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이용자는 레고를 만들 듯 블록을 하나하나 쌓아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
호서대학교 게임학전공 차정민, 김선명, 최민규, 박현준 학생은 역사를 소재로 한 디펜스 게임 2종을 선보였다. IP로서 역사 가치를 발견하고 '이순신 디펜스' '안시성 디펜스'를 내놓았다. 강화와 스킬 구사 등 전략적인 면도 가미했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 '팀 TTS'는 하이브리드 리듬액션 게임 '더 라이트'를 내놓았다. 타이밍에 맞춰 터치로 장애물을 피하는 쾌감을 전달한다. 하이라이트 플레이를 통한 극적인 연출과 다양한 콘셉트 스테이지, 수준 높은 음악을 제공한다.
윤천희, 백강원, 양진우, 권윤서 김포대학교 학생은 아기자기한 픽셀 그래픽 게임 '버드 윙'을 개발했다. 횡스크롤 진행으로 달리기와 전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고대 용이 숨긴 희귀한 약초를 수집하는 스토리로 몰입을 더한다.
PC나 모바일 게임이 아닌 보드게임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하린, 전세인 카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학과 학생은 K팝을 활용한 보드게임 '아이돌 마블'로 시선을 붙잡았다. 아이돌 팬이 포토카드를 수집하는 행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게임 목적은 아이돌 그룹 포토카드를 모두 수집하는 것이다. 주사위를 던져 보드를 이동하고 포토카드 뒷면에 적혀있는 미션을 수행하면 1장의 아이돌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미션은 노래 부르기, 춤추기, 간단한 퀴즈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모여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학생들은 향후 다양한 기획사 아이돌을 추가하거나 모바일 게임 애플리케이션 출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하린, 전세인 학생은 “굿즈형식으로 만들어 수집욕을 자극하고 싶었다”며 “함께하는 '덕질'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