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보안 서비스 대가'를 주도록 명시하지만 공공기관이 외면한다. 보안서비스 기업은 다수 공공기관에 계약금액 조정을 요청했지만 계약 해지 압박이 되돌아왔다. 초 연결사회 진입으로 사이버 보안 중요성이 높지만 여전히 공공에서 보안 서비스 제값주기를 무시하는 행태가 팽배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A보안 기업은 최근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국가계약법에 적시된 물가변동성에 맞는 계약금액 조정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공기관 10여곳은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요청하라고 하거나, 조정 신청 시 의무가 발생되니 행동에 나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계약조정을 신청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1년 계약으로 변경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A기업 관계자는 “건설, 통신공사 등 산업군은 국가기관과 계약 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법으로 명시된 계약금액 조정이 보안 산업 등에서는 왜 작동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19조, 시행령 제64조, 시행규직 제74조 등에서 관련 내용을 명시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입찰 당시 가격과 물가변동 당시 가격을 비교해 산출 품목 조정률이 3% 이상인 경우 공공기관에 계약금액 조정 요청 가능하다. 산출 근거는 통계법에 따라 지정받은 기관이 조사·공표한 시중노임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보안 인력은 한국SW산업협회가 매년 8월 조사 공표하는 'SW기술자 노임단가'를 적용한다. 올해 9월 'SW기술자 노임단가'는 특급기술자 평균임금이 전년보다 3.9%, 초급기술자는 12.73% 상승했다. 이들 인력에 대해 계약금액 조정 가능하다.
현실은 달랐다. 정부에 공식 문서를 발송해도 외면 받았다. 다수 보안 기업은 아예 공문 발송 등 계약금액 조정요청조차 꺼렸다. 공공기관이 '갑'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또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안산업을 담당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에서 국가계약법 계약금액 조정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하는 등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국내 보안 산업 육성을 위해 웃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값을 주는 것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도 적극 나선다. 이미 지난주 관련 업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개별 기업 대응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 협회가 나선다.
이민수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국내 보안산업에서 공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매우 크다”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보안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관련 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제대로 된 보안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