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문가 기고-정부 카드수수료 개편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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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발표한 신용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은 예상보다 그 인하 폭이 컸다. 연 매출 5억원이상 10억원이하 가맹점은 신용카드수수료율을 2.05%에서 1.4%로 인하하고, 연 매출 10억원이상 30억원이하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하 정책이 발표되기 전,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은 2007년 이전 4.5%에서 2018년 0.8~2.3%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반면 2018년 최저임금을 16.4%나 급격하게 인상했고, 2019년에는 10.9%를 인상할 예정이다. 때문에 소상공인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잠재우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을 다시 뽑아 들었다. 과연 이 정책이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신용카드지불시스템은 양면시장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카드소지자(소비자)와 가맹점(판매자)이라는 서로 다른 두 이용자 집단이 신용카드지불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이 같은 양면시장 특성에 따라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가맹점 매출도 줄어든다.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에 따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카드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책은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카드 연회비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안을 강구할 경우 신용카드 이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덜 사용하면, 결국 가맹점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파이터치연구원 2018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 수수료가 약 8300억원 인하되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약 15조4000원 줄어들고, 총매출액은 약 94조6000원 감소한다.

신용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단기로는 가맹점 운영비용을 줄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로 볼 때 가맹점 매출을 줄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민간소비는 감소 일로다. 이 상황에서 이번 정부 정책이 소비를 되레 위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8년 1분기 3.5%, 2분기 2.8%, 3분기 2.6%로 감소 국면이다.

혜택을 받는 가맹점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상이 연매출 5억원이상 30억원이하 가맹점인지 면밀히 봐야한다. 연매출 3억원이하를 영세가맹점, 3억원이상 5억원이하 중소가맹점은 이번 정부 방침에서 제외됐다.

정부 혜택을 받아야할 최우선 대상은 연매출 5억원이하 가맹점이다. 이들 영세가맹점은 이미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고, 세액공제도 같이 고려할 경우 실질적으로 신용카드수수료 제로에 가까운 혜택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신용카드수수료 인하로 해결하려고 하는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

최근에 발생된 KT 통신 화재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신용카드지불시스템은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가맹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피와 같은 존재다. 이러한 신용카드지불시스템의 양면시장 원리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우리경제에 필요한 방향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ljj@pi-tou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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