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월드컵경기장이 어디 있는 줄 아세요? 서울 상암동이 아니고 성산동이에요.”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유닛장(상무)은 살인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여름을 서울 지리 공부에 바쳤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외부 조직에 머물던 T맵택시 사업부가 SK텔레콤 TTS사업부로 편입되면서 수장을 맡은 여 상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원 모두 택시 면허를 취득하고 택시를 운행하는 것이었다. 택시 기사와 승객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모았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자 '현장'을 선택했다.
여 상무는 “택시 면허 시험 중 동네 이름과 도로명 주소가 가장 어려웠다”며 “9호선이 통과하지 않는 동네를 고르라는 문제에서는 정신이 아찔했다”고 말했다. 교통 표지판이나 LPG차량 관리법은 수월했다. T맵을 켜놓고 서울 지리를 하나하나 눈에 넣었다. 한 번 만에 택시 면허를 땄다.
여 상무는 “인·적성 검사와 필기시험, LPG 차량 교육, 법인택시 신입기사 교육, 차량 응급조치 교육까지 받느라 고생했다. 택시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택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운전경력 20년에도 불구하고 택시 초보 기사에게 '실전'은 두려움 자체였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열 두 시간을 운전하고 파김치가 됐다. 사납금(12만5000원)을 채우지 못해서도, 밥을 못 먹거나 화장실을 못 가서도 아니다. 여 상무는 “불과 이틀이었지만 요금을 지불하는 손님을 태운다는 사실에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면 어쩌나, 시간이 늦으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실토했다.
여 상무는 “콜 받고, 내비게이션 조작하고, 시외경계 버튼 누르고, 미터기 버튼 누르고 등등 기사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택시를 몰며 느낀 점은 T맵 택시서비스에 반영했다. SK텔레콤이 공개한 T맵택시 개편 방안에는 여 상무를 비롯해 사업부 직원이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녹아들었다. 운전대에 붙이는 버튼식 '콜잡이'는 온갖 기기를 조작해야 하는 택시 기사를 돕기 위해 탄생했다. 마침 협력 중소기업 중 콜잡이를 개발하는 업체가 있어 상생도 실천했다.
'안심귀가 라이브'는 두 딸을 키우는 여 상무가 추천한 아이디어다. 낮에 택시 타는 여성이 많았는데, 기사가 여성임을 알고 편안해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더 많은 아이디어는 다음 서비스 개편 때 담기로 했다.
택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대기업으로서 책임감도 크고 택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신경쓰인다. SK텔레콤 회사 차원에서도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을 검토한 후 택시를 낙점한 터라 기대가 작지 않다. 여 상무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난관을 뚫고 나갈 생각이다.
여 상무는 “택시와 승객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