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많은 경우 갈등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서로의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분명 같은 자리에 있었던 두 사람의 기억이 다르다.
남편은 ‘내가 언제 그랬냐’하고 아내는 이 참에 해묵은 감정까지 드러내며 공감을 구하지만 듣는 이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처음 몇 번은 이해를 시도하다 결국 ‘사람은 절대 안 변해’로 끝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부분만을 보고 듣고 싶은 부분만 듣는 경향이 있다. 한때 ‘답정너’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우스갯소리이지만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잘 드러내 주는 이야기다.
다른 이의 의견을 묻지만 결국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도 이러한데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이름아래 모여 같은 목표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기업에 이 문제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확증편향이 위험한 이유는 그릇된 방향으로 판단하게 만들어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 대표들이 중요한 순간 나중에 후회하게 될 판단을 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오는 편향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필드를 경험해 본 이들은 자신이 잘 아는(또는 안다고 생각하는)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 지금 생각하는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 때 누군가 논리적인 숫자와 가정으로 개연성 있는 결과를 예측한다 한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하므로 자신이 반드시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강화시키는 장치로 사용될 뿐이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세계를 축소시키는 악행을 저지르는 지점이다.
실제로 SI기업을 운영하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오랜 기간 특정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성공을 이어오며 변하는 시장을 오판하는 바람에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다가도 어느 순간 대책없이 주저앉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고가의 컨설팅을 받아보지만 보고서의 질과 관계없이 그 보고서를 대하는 기업대표의 눈에는 여과된 진실만 보일 뿐이다.
편향된 세계에 살면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창의적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지금 확실하다고 믿는 그 세계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의심하라’는 암호는 거인들이 남긴 많은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을 운영하며 헛된 희망이 아니라 현실에 발붙여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 토대를 의심하고 고객을 알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로 다른 세상을 상상하기는 힘든 일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어필하는 마케팅이 단순히 내가 파는 물건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 내 세계를 넓혀야 고객에 가 닿을 다음 움직일 지점이 보일 것이다. 이에 더해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고 회의하며 이미 있는 것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일은 편향을 제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무엇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경영은 많은 이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만큼 성패를 가르는매 순간의 판단이 실로 중요하다. 실패는 그 순간 원인이 되었던 잘못된 판단이 존재하며, 여기는 대표의 편향이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궁지에 몰릴수록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 힘든 순간에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지점인가. 그렇다면 그간의 경험을 반추하기 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빈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여유를 가져보자.
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