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트리플·쿼드...멀티카메라 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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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후면 쿼드(4개) 카메라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A9.

스마트폰 후면에 2개 이상 카메라가 장착되는 '멀티카메라'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듀얼을 넘어 트리플·쿼드로 진화하면서 광학줌, 초광각, 고해상도 등 강점이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전면 듀얼카메라, 후면 트리플카메라 등 앞뒤로 5개 카메라 모듈이 탑재하는 '펜타 카메라'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후면 듀얼카메라 채택률이 전년 대비 12%P 증가하면서 30%를 상회하고 2020년에는 4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멀티카메라 채택 확대와 3차원(D) 센싱 카메라 시장 개화는 스마트폰 부품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메라가 스마트폰 성능을 결정 짓는 핵심 기능으로 꼽히면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카메라 관련 부품 업체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듀얼→트리플→쿼드로 늘어나는 '폰카'

트리플카메라 시대 포문을 연 것은 중국 화웨이다. 화웨이는 3월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P20 프로'를 선보였다. 최근 공개한 하반기 전략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20 프로'에도 카메라는 초광각(2000만화소), 광각(4000만화소), 망원(800만화소)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됐다.

LG전자는 지난 4일 세계 최초로 카메라가 5개 달린 '펜타 카메라' 스마트폰 'V40 씽큐'를 선보였다. 전면에는 일반(800만화소), 광각(500만화소)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고 후면에는 표준(1200만화소), 초광각(1600만화소), 망원(1200만화소) 카메라가 나란히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에 먼저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하고 내년 초 플래그십 갤럭시S 시리즈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전 세계 순차 출시되는 갤럭시A7은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11일에는 2400만화소 기본 렌즈와 광학 2배줌을 지원하는 1000만화소 망원, 화각 120도의 800만화소 초광각, 500만화소 심도 카메라 등 세계 최초로 후면 쿼드(4개)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A9'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에도 트리플 카메라 탑재가 예정됐다. 갤럭시S10 시리즈에는 3개 모델 중 2개 모델 후면에 듀얼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를 조합한 트리플카메라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 스펙인 코드명 '비욘드2'에는 전면 듀얼+후면 트리플카메라를 탑재하고 일반형 비욘드1은 싱글+트리플 카메라, 보급형 비욘드0은 싱글+듀얼 카메라 조합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아이폰7 플러스'에 듀얼카메라를 채택하며 멀티카메라 트렌드를 주도해 온 애플도 내년 출시하는 신규 아이폰 3개 모델 중 프리미엄 모델에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제품에는 광학 3~5배 슈퍼줌 솔루션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멀티카메라 대세 왜?

멀티카메라가 주목받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 불황 영향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멈췄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도 부진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성장률은 2016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3% 내외로 떨어졌고 올해는 역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장이 침체되는 원인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한계에 도달했고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교체 주기도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원가(BOM) 상승으로 높아진 출고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초 본격 등장할 폴더블 스마트폰이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핵심 기능인 카메라 성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휴대폰 제조사들이 고화소 카메라 경쟁을 펼쳤던 것처럼 최근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카메라 모듈 수가 증가하면서 멀티카메라 경쟁이 불붙고 있다.

김정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폼팩터 진화가 더뎌진 가운데서도 카메라는 매번 진화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을 찾아오고 있다”면서 “카메라는 스마트폰이 외부 데이터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시발점으로 스마트폰의 활용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5G가 도입되고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발전하면 카메라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메라 부품社 수혜…품질 경쟁력이 희비 가를 듯

스마트폰 멀티 카메라 대중화는 곧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매하는 카메라 모듈 양이 많아진다는 의미로 후방 산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모듈 협력사들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생산능력과 품질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애플 주요 카메라 모듈 공급사인 LG이노텍과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최대 공급사인 삼성전기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기는 샤오미, 오포, 비보, LG이노텍은 화웨이 등 중화권 제조사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스마트폰까지 카메라 수를 늘리면서 파트론, 파워로직스, 캠시스, 엠씨넥스 등 카메라 모듈 전문 업체도 수혜가 예상된다. 카메라 모듈 협력사들은 지금까지는 주로 전면 카메라 모듈을 공급했지만 향후 후면 카메라 공급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후면 카메라는 전면 카메라보다 고성능을 지원해 단가가 더 높다.

듀얼 카메라 제조 경험을 가진 업체는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엠씨넥스는 지난해 갤럭시J에 후면 듀얼카메라를 공급했다. 엠씨넥스는 삼성전자의 첫 쿼드 카메라 스마트폰에도 삼성전기와 함께 쿼드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시스도 올해 초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초 전면 듀얼카메라를 적용한 갤럭시A 시리즈에 처음으로 전면 듀얼 카메라 모듈을 공급했다. 파워로직스도 갤럭시A 시리즈에 삼성전기와 함께 후면 듀얼카메라 모듈 이원화 업체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 카메라 모듈 공급망에 진입한 중국 서니옵티컬과 애플에 싱글 카메라를 공급하는 오필름 등 중국 카메라 모듈 제조사도 주목받고 있다. 카메라 모듈 수가 늘어날수록 정교하게 렌즈를 접합하는 액티브 얼라인 기술도 중요해진다. 카메라 모듈 검사 장비를 만드는 하이비젼시스템과 이즈미디어 등 수혜가 예상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메라 모듈 업계는 트리플 카메라 시대를 맞아 판가 상승 효과가 클 것이고 가동률 상승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대략적인 카메라 모듈 판가는 싱글 카메라의 경우 10달러, 듀얼카메라는 30달러, 트리플 카메라는 50달러 내외로 트리플 카메라는 듀얼카메라와 비교해 판가는 60%가량 높고 수량이 같다면 가동률이 50%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이 같은 효과는 기술력과 품질경쟁력을 가진 업체 위주로 나타나 후방업계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트리플, 쿼드로 늘어나고 트리플 카메라가 중저가까지 확산되면서 카메라 모듈 공급 물량이 늘고 있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증설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반면에 고화소, 멀티 카메라 제조 능력이 없는 카메라 모듈 회사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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